두산과 롯데의 경기가 열린 1일 잠실구장. 경기 전 1루측 두산 덕아웃에서는 이날 경기 선발로 나서는 신예 투수 안규영에 대해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정명원 투수코치는 경기 전 "오늘 7명의 불펜투수들이 모두 대기할 것이다. 규영이가 3이닝 정도만 잘 막아주면 나머지 투수들로 남은 이닝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결국 점수를 주고 내려오느냐, 잘 막아주고 내려오느냐"라고 전망했다. 김진욱 감독은 "결국 자신감이다. 자신있게 던져주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두산에게 안규영 카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5선발 김승회가 부진한 동시에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라 2군에 내려간 상황에서 마땅한 5선발감이 없었다. 사실은 비가 야속했다. 두산은 이번 롯데와의 3연전 중 최소 1경기는 비로 취소될 것을 예상했다. 특히 30일 경기가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취소될 확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30일 경기를 건너뛰고 이날 경기에 니퍼트를 투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30일 경기가 우여곡절 끝에 열려 이날 선발 자리가 구멍나게 된 상황이었다.
안규영은 지난해 경희대를 졸업한 후 신인으로 입단, 이날 경기 전까지 출전한 1군 경기수가 고작 12경기였다. 선발등판은 지난해 총 2번. 마지막 선발등판이 지난해 9월30일 부산 롯데전이었다. 당장 선발로 나서 안정감있는 투구를 기대하는건 무리였다. 더군다나 상대는 롯데였다. 두산과의 앞선 2경기를 모두 내주긴 했지만 그 전까지 7연승을 달렸고 최강의 타선을 자랑하는 팀. 여기에 상대 선발은 구위가 가장 좋은 외국인 투수 유먼이었다. 때문에 경기 전 두산 덕아웃에서는 기대와 걱정의 분위기가 공존했다. 물론, 냉정히 말하면 걱정의 시선이 조금 더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안규영은 1회초 시작과 동시에 전준우에게 볼넷을 내줬다. 2번 김주찬은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지만 잘맞은 타구였다. 직구 평균구속이 140㎞ 초반에 그쳤고 변화구의 각도 무뎠다. 제구는 둘쭉날쭉했다. 하지만 1회는 전준우의 도루사에 힘입어 무사히 넘겼다.
2회와 3회도 선두타자에게 모두 안타를 내줬다. 두산 덕아웃은 초조할 수 밖에 없었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고창성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정 코치가 직접 마운드에 올라 안심을 시키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4회 들어서는 더 큰 위기를 맞았다. 선두타자 강민호에게 볼넷, 박종윤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김 감독은 주저없이 고창성을 올렸다. 실점은 안했지만 확실히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만약 여기서 두산이 실점을 했다면 안규영 카드는 실패로 돌아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행운이 따랐다. 롯데가 1사 2, 3루 찬스에서 주자들의 어설픈 주루 플레이로 모두 횡사, 득점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롯데는 기세가 한풀에 꺾였고 두산 타선은 4회말 잘던지던 유먼을 상대로 선취점을 뽑아냈다. 두산은 고창성을 시작으로 홍상삼, 변진수, 김강률, 프록터를 투입하며 롯데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타자들은 걱정을 떨쳤는지 신나게 방망이를 휘두르며 무려 6점을 뽑아냈다.
사실 두산은 롯데와의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만 장식해도 성공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면 그야말로 '땡큐'였다. 선발이 구멍난 상황에서 천금같은 승리를 얻었다. 그 시작은 3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안규영의 투구였다. 안규영 본인도 이날 소중한 경험으로 분명 다음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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