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정희는 재난영화 '연가시'에서 살인 기생충 연가시에 감염되는 여인 경순 역을 연기했다. 물을 갈구하는 감염자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영하 20도의 강추위 속에서 20리터짜리 생수통을 들고 벌컥벌컥 물을 마시는 연기까지 해냈다.
"연습은 빈 통으로 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생수통이 무거워서 손이 안 올라가는 거예요. 하지만 밤새 고생하는 스태프들을 생각하면 NG를 낼 순 없었죠. 컷 사인이 나올 때까지 그 시간이 너무 길었어요. 감독님은 저한테 독하다고 하셨는데 나중엔 저도 '내가 어떻게 했지?'란 생각이 들고 잘 상상이 안 되더라고요."
장르도, 소재도 색다른 영화다. 국내에서 비슷한 영화를 찾아보긴 힘들다.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터. 해외의 재난영화를 참고했을 법도 했다. 하지만 문정희는 고개를 저었다.
"처음엔 참고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도 봤는데 벤치마킹할 만한 게 없었어요. '연가시'는 우리나라의 정서가 담겨있는 작품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감독님과 '어떻게 가는 것이 현실적일까'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전에 없었던 캐릭터를 만들어갔다는 부분이 참 좋았고 매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영화에서 문정희는 10년차 부부로 함께 출연한 배우 김명민과 인상적인 호흡을 선보인다. 김명민은 각종 영화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사실적인 연기를 펼치는 것으로 유명한 배우. 문정희가 가까이에서 본 그는 어땠을까?
"베테랑이시잖아요. 연기를 잘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드시는 것 같아요. 같이 출연한 아이들과 평상시에도 많이 놀고 스킨십을 계속 하세요. 또 저와 만난 지 몇 시간 안 됐는데 툭툭 치면서 진짜 10년차 부부처럼 대하기도 하시고요. 덕분에 굉장히 편하게 부부 호흡을 맞출 수 있었어요. 배울 점이 많은 분인 것 같아요."
이어 "영화에선 감염자 연기를 하다가 시사회 때 모처럼 화장도 하고 꾸미고 갔더니 김명민 오빠가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잘 해줄 걸 그랬다'고 농담을 했어요"라며 웃어 보였다.
문정희는 언론 시사회 이후 실감나는 감염자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진짜 하고 싶은 역할은 따로 있다고 했다.
"이번엔 본의 아니게 감염자 역할을 하게 됐지만, 로맨스를 하고 싶어요. 로맨스는 나이가 들어도 가장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일상에서 없는 에너지를 주잖아요. 그런 역할을 금방 만나지는 못하겠지만, 기회는 반드시 올 거라고 생각하고 역할이 오면 잘 해야죠."
그녀는 이어 "현실에 깨어있으면서 그걸 담고 있다가 작품을 하게 되면 불태울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현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배우가 되야죠. 죽을 때 '아, 배우 잘했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해보려고 해요"라고 덧붙였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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