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의 곁에는 늘 조력자들이 있었다.
삼성 오승환이 지난 주말 개인통산 228세이브로 한국프로야구 신기록을 세웠다. 김용수(전 LG)의 227세이브를 뛰어넘었다.
오승환 개인에게 우선 큰 영광이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한 뒤 369경기만에 쌓은 대기록이다. 당연하게도, 세이브는 홀로 잘 해서 만들어질 수 없는 기록이다. 그 누구보다 오승환이 이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정현욱-권오준-안지만-권 혁, 그리고 진갑용
세이브 요건에 대해서 헷갈려하는 초보 야구팬들이 꽤 많다. 두가지 기준으로 보면 된다. '3점차 이내에서 1이닝을 막고 승리를 지킨 경우', '대기 타석의 타자까지 홈런을 칠 경우 동점이 되는 상황에서 등판해 승리를 지킨 경우'로 요약된다. '지금부터 홈런 두방을 맞았을 때 동점이 되느냐 여부'로 세이브 요건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3점차 1이닝'의 첫번째 경우가 충족되지 않는다.
마무리투수로 넘어가기까지 바통을 전달해주는 투수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삼성에선 베테랑 정현욱과 권오준 안지만 권 혁 등이 그동안 이같은 역할을 맡아왔다.
권오준의 경우엔 본래 오승환의 데뷔해인 2005년에 마무리투수로 시작했다. 하지만 올스타브레이크를 앞두고 잠시 부상이 있었고 그때 오승환이 새로운 마무리투수로 올라서 지금까지 온 것이다. 권오준은 후에 생애 두번째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는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한번 딛고 일어서 삼성의 불펜투수로 꾸준히 활약해왔다.
안지만과 권 혁도 오승환의 훌륭한 조력자였다. 거의 '패키지' 수준으로 이들이 같은날 출격하면, 그건 곧 오승환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승리 공식을 의미했다.
정현욱은 오승환의 바로 앞에서 좌우 타자 유형을 가리지 않고 이닝을 책임져주는 프라이머리 셋업맨으로 활약해왔다. 때론 이들 세 투수가 순서를 바꿔 등판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오승환에게 문을 열어주는 역할이 바로 정현욱의 몫이었다. 2009년과 2010년에 오승환이 부상으로 인해 부진하거나 경기를 뛰지 못할 때 정현욱과 안지만이 돌아가며 임시 마무리를 맡기도 했다. 오승환은 평소 "셋업맨들이 기회를 만들어준 덕분에 지금까지 왔다"고 자주 말한다.
포수 진갑용의 최근 8년은 오승환과의 역사였다. 오승환이 데뷔했을 때 진갑용은 우리나이로 서른두살이었다. 슬슬 포수로서 기량이 만개하던 시기였다. 이 둘의 만남은 프로야구 역사를 바꿔놓은 계기가 됐다. 진갑용은 오승환의 공을 받을 수 있어 행복했고, 오승환은 진갑용이 있어 든든했다.
선동열 감독과 류중일 감독
지금은 KIA 사령탑을 맡고 있는 선동열 감독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선 감독의 삼성 사령탑 취임 첫해가 오승환의 데뷔해였다. 그에앞서 2004년 11월 대만에서 열린 친선게임부터 오승환을 등판시켜 테스트했다. 덕분에 오승환은 첫해부터 불펜에서 주요 투수로 뛸 수 있었고, 결국엔 선 감독이 그를 마무리로 낙점했다.
2009년 중반부터 2010년까지 오승환은 부상과 부진으로 고생했다. 결국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도 받았다. 이때 선 감독의 인내심이 엄청난 도움이 됐다. 선 감독은 "오승환이 아프면 안 된다. 무조건 쉬게 하겠다"면서 부담을 덜어줬다. 당시 팀 상황 때문에 오승환이 무리해서 계속 등판했을 경우 지금의 대기록은 없었을 수도 있다. 선 감독은 오승환이 재활중일 때 그의 FA 등록일수를 맞춰주기 위해 단 하루 동안만 1군 엔트리에 넣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현 류중일 감독도 오승환에게 큰 도움을 줬다. 오승환은 지난해 7월5일 인천 SK전부터 올해 4월22일 청주 한화전까지 28경기 연속 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연속 세이브 기록은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다. 세이브 요건이 아닌 상황에서, 즉 동점에서 등판했을 때 연속 기록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올초 류중일 감독은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오승환의 연속 세이브 기록을 챙겨주기 위해 인내심을 발휘했다. 동점 상황에서 절대 등판시키지 않았다. 오승환이 시즌 처음으로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뒤에야 보다 자유롭게 그를 기용했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오승환이 "연속 기록 중단돼도 좋습니다. 팀이 필요하면 등판하겠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치아이 코치와 김태한 코치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 메인코치는 오승환의 앞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셋업맨들의 역할을 철저하게 사전 준비로 조절해왔다. 연투 상황과 최근 등판 간격 등을 계산해서 '오늘 OOO와 OOO는 어떤 일이 있어도 등판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확실하게 선을 그어줬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상황이 어려운 팀일수록 이런 조절이 잘 되지 않아 불펜에 과부하가 걸리곤 한다.
불펜투수들이 불필요하게 몸을 푸는 일 없이 편안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되자, 결국엔 오승환에게 연결되는 과정이 편안해졌다. 오치아이 코치는 지난해 동갑인 김태한 투수 파트 제2코치와 함께 한 인터뷰에서 "다른 무엇보다 오승환, 그 아이가 일본 리그에서 던지는 걸 한번 보고 싶다.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인 오치아이 코치는 아무래도 투수들과 언어소통은 쉽지 않다. 그래서 김태한 코치의 역할이 중요했다. 김 코치는 불펜을 맡고 있다. 오승환의 컨디션과 최근 흐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투수들의 몸상태를 체크해 적절한 등판이 이뤄지도록 오치아이 코치와 늘 상의한다. 삼성에선 보기 드문 한시즌 14승의 왼손투수 출신인 김태한 코치는 늘 오승환이란 후배를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을 행복하게 생각한다.
물론 오승환 자신의 의지 덕분에 지금까지 왔다. 첫해 데뷔에 앞서 전훈캠프때만 해도 오승환은 지금과 같은 포심패스트볼을 던지지 못했다고 한다. 빠르긴 빠르지만 위력은 지금에 못 미쳤다. 지속적인 훈련과 노력으로, 오승환은 계속 단계를 뛰어넘어온 케이스라고 김태한 코치는 설명했다. 임창용 이후, 삼성 투수진에서 달리기가 가장 빠른 투수가 오승환이라는 점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그만큼 하체 강화를 충실히 해왔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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