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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점차서 2이닝 소화한 마무리, LG 벤치의 속내는?

by 이명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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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투수의 생뚱맞은 등판, 그리고 2이닝 소화. 어떻게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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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LG전이 열린 지난 1일 인천 문학구장. 5-0으로 앞선 8회말 LG 덕아웃에선 불펜에서 유원상을 호출했다. 봉중근의 자해성 부상 이후 임시 마무리를 맡고 있는 유원상이다. 6연패 뒤 연승을 하느냐 마느냐가 달린 경기였지만,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던 등판이었다. 8회 등판한 것도 모자라, 2이닝을 소화했다. 이유가 뭐였을까.

등판 간격, 선발투수만 필요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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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필승조의 경우 이기는 경기를 걸어 잠그기 위해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주로 3점차 이내의 세이브 상황에 나와 중간계투는 홀드를, 마무리투수는 세이브를 챙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5점차로 앞선 경우엔 아무런 기록도 주어지지 않는다. 보통 박빙의 상황이 아니라면, 이른바 '불펜 B조'로 불리는 선수들이 나간다.

그런데 팀이 연패에 빠지거나 큰 점수차로 이기면서 불펜투수들이 계속해서 등판하지 않은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매일 불펜에서 몸을 푸는 중간 투수들의 경우에도 마운드에 오르고, 안 오르고의 차이는 크다. 중간중간 리듬을 유지해주는 등판이 필요해진다. 올시즌 삼성이 하위권에 있을 때, 지고 있는데 마운드에 오르는 오승환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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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상은 지난달 22일부터 팀이 6연패에 빠지면서 좀처럼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다. 봉중근 이탈의 단초가 된 22일 잠실 롯데전 이후 매번 불펜에서 몸만 풀었다. 풀타임 불펜투수로 첫 시즌을 보내는 만큼, 유원상 같은 선수에겐 리듬 조절이 필수다. 그래서 28일 잠실 KIA전에서 6-12로 크게 뒤진 8회초 나와 1이닝을 던졌다.

사실 1일 경기엔 유원상을 안 썼어도 됐다. 유원상이 순수 불펜투수 중 최다이닝(51⅓이닝)을 소화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좀더 아껴줄 필요도 있었다. 하지만 벤치의 선택은 유원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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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석 투수코치에게 이유를 물었다. 차 코치는 "원상이가 이틀을 쉬었고, 월요일 휴식일도 있어서 등판시켰다. 이날 안 던지면 4일을 쉬게 돼 감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원래 상대 중심타선이 나오는 8회만 맡길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SK의 타순은 4,5,6번인 이호준-박정권-김강민. 아무리 5점차로 앞선 상황이었어도 쉽사리 불펜 B조를 내보냈다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경기가 흐를 수도 있었다.

이젠 봉중근 없다, 네가 마지막 투수다

하지만 믿었던 유원상이 이호준과 박정권에게 연달아 홈런을 맞았다. 백투백 홈런은 올시즌 처음이었다. 다음 세 타자를 침착히 잡아낸 게 다행이었다.

유원상은 올시즌 피홈런을 맞은 2경기에서 모두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주자만 내보낸 채 강판됐었다. 지난 4월26일 잠실 넥센전서 0이닝 3실점, 6월12일 잠실 SK전서 0인이 4실점. 다음 투수들이 유원상이 내보낸 주자들의 득점까지 허용해 실점이 늘었다.

하지만 이런 유원상이 9회에 또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그동안 피홈런 후 '멘탈붕괴'가 왔던 그에게 가혹할 수도 있던 등판. 유원상은 연속안타와 볼넷으로 무사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다음 세 타자를 잡아내며 자초한 위기를 스스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흔히 덕아웃에선 교체를 할까 말까, 흔들리기 마련이다. 컨디션 조절 차원으로 마운드에 올랐는데 계획이 틀어졌을 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차 코치는 "보통 감독님은 이런 상황에서 투수를 안 바꾸신다. 그대로 가자고 하신다"고 밝혔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이런 상황에서 유원상을 내렸다간, 본인의 자존심에 상처가 날 수 있다. 팀의 마무리투수인데, 다른 선수를 내보낸다는 건 자신이 내준 실점 때문이라는 인상을 더 크게 심어줄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사기 하락을 불러올 수도 있다. 유원상 역시 이날 본인 손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하지만 예전 유원상의 피홈런 후 패턴을 보면, 바꿔줄 만도 했다. 8회를 막긴 했지만, 9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봉중근이 없었다. 유원상 뒤에 등판해줄 투수가 없었던 게 두번째 이유다.

차 코치는 "예전에 원상이가 맞으면, 봉중근이든 누구든 올라가면 됐다. 하지만 이젠 없다. 다른 때에도 봉중근이 없었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유원상에게 맡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원상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볼 수 있었다. 컨디션 조절 차원의 등판이었지만, 피홈런 2방 이후 2이닝 소화. 결국 LG 벤치에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차 코치는 "원상이가 한 달에 한 번씩 실점하겠다고 했다. 7월 점수는 다 줬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당분간 LG에 '마무리' 봉중근은 없다. 유원상(왼쪽)이 마지막 투수다.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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