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시즌 끝나면 얼마나 좋을까."
삼성 류중일 감독은 지금도 신문만 보면 어색하다고 한다. 신문 한 켠에 나오는 순위표를 볼 때마다 불과 몇 주전의 기억이 떠오른다고. 류 감독은 "계속 6,7등에 있다가 1위 올라오니까 좋긴 좋다. 이대로 시즌이 끝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시즌 초반 디펜딩 챔피언 삼성의 순위는 이상했다. 전력 이탈이 없었고, 오히려 '국민타자' 이승엽까지 복귀했기에 모두들 올해도 삼성의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은 6월 중순까지 계속해서 6위와 7위 자리를 맴돌았다. 치열한 순위싸움의 반사 이익으로 잠깐씩 5위에 오른 적이 있지만, 매번 그 위로 올라가지 못했다.
그런 삼성이 지난달 20일 드디어 4위로 올라섰다. 한 번 탄력을 받자 거침이 없었다. 드디어 지난 1일, 올시즌 처음으로 1위 자리에 섰다. 그래프를 그려 보면, 정말 가파른 상승 곡선이다. '될 놈은 된다'는 말이 떠오를 정도다.
류 감독은 이런 시선이 못내 아쉬웠나보다. 그는 "주변에서 그런 소리를 들었다. 프로야구의 흥행을 위해서 지금까지 밑에 있었냐고 하더라"며 "우리가 1위로 올라오니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남의 속도 모르고…"라며 입맛을 다셨다.
하위권에 있을 때 그 누구보다도 속이 탄 사람이 바로 류 감독이다. 무슨 일이 있었든 팀 성적의 책임을 지는 이는 감독이다. 류 감독 역시 주변에서 '괜찮냐'는 소리도 정말 많이 들었다고.
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오른 1위 자리에 안주할 생각은 없었다. 류 감독은 "시즌이 3분의 1 남았을 때까진 가봐야 안다. 그때까지도 지금처럼 박빙의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찾은 것일까. 그는 "앞으로는 우리가 게임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다른 팀은 신경쓰지 않겠다"며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15경기에서 매번 위닝시리즈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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