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롯데 양승호 감독이 김사율을 마무리로 기용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될까?'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롯데의 마무리를 김사율이라고 말한다.
김사율은 그동안 마무리가 약했던 롯데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2년 연속 20세이브. 역대 18번째 기록인데 롯데 선수로는 처음이다. 4일까지 21세이브로 두산 프록터와 공동 1위. 현재 페이스라면 롯데 구단 최다세이브인 31세이브(94년·박동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고, 2009년 애킨스에 이어 두번째로 세이브왕을 노릴 수 있다.
마무리라하면 대부분 빠른 구속을 생각한다. '돌직구'를 던진다는 삼성의 오승환이 마무리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 그러나 김사율은 공이 빠르지 않다. 그래서 롯데의 마무리가 됐을 때 걱정이 앞선 것이 이 때문. 그런데도 지난해 20세이브에 이어 올해도 21세이브를 하며 롯데의 역대 첫 1위를 향해 달려가는 동력이 되고 있다. 그의 노하우는 뭘까.
욕심을 버려라
6월. 김사율은 8세이브를 챙겼지만 두번의 블론세이브가 있었다. 9일 KIA전서는 2-1로 리드하다가 9회초 선두 대타 최희섭에게 홈런을 맞고 동점을 내줬다. 결국 역전패. 14일 두산전서도 1점차 리드에서 양의지에게 투런포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고민이 많았다. 스스로 묻고 답하면서 내린 결과는 욕심을 부렸다는 것이다. "내가 오승환처럼 던질 수도 없는데 스피드를 더 내려고도 했었다"는 김사율은 "경기 결과를 생각하면서 나가니 더욱 부담이 됐었다"고 했다. 그래서 요즘은 스코어도 보지 않고 나간다. 자신이 던지는데만 집중하겠다는 것. "내가 할 수도 없는 고민들을 했었다.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으니 내 공이 나왔다"고 했다. 그렇다고 동료들의 고마움을 잊지는 않는다. "경기 막판에 1점이라도 더 뽑으려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고, 이길 때나 추격할 때나 항상 마운드에 오르는 불펜투수들을 보면 절대 허투루 던질 수 없다"
칠테면 쳐라.
김사율이 젊었을 때인 2000년대 초. 롯데는 항상 하위권이었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년 연속 꼴찌. 대부분 중간계투로 등판했던 김사율은 그 암울했던 시기를 체험했었다. "그땐 관중석의 핸드폰 벨소리가 다 들렸고, 점수 내주면 팬들끼리 웅성웅성하는데 그 소리도 다 들렸다"는 김사율은 "그땐 너무 많이 져서 이기는 즐거움, 야구하는 즐거움을 몰랐다. 어떻게 이기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당연히 패배의식이 팽배해있었고, 타자를 만나면 도망가는 피칭을 하게 됐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2007년에 돌아왔지만 2군을 전전했다. 2000년 초반의 모습이 남아있었다. 2008년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로이스터 감독이 오면서 롯데가 바뀐 것. 지는 날보다 이기는 날이 더 많았고, 관중석은 팬들로 가득찼다. '나도 저 팀에서 저기서 야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로이스터의 '노피어(No Fear)'정신으로 무장했다. "칠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던졌는데 그게 통하더라. 점점 자신감이 쌓였다"고 했다.
선두타자를 잡아라.
김사율이 가장 집중하는 것은 선두타자와의 싸움이다. 1점차의 살얼음 리드 속에서 선두타자를 출루시키면 아무래도 팀 전체가 불안해질 수 있고 상대도 동점, 역전에 대한 희망이 생기기 때문에 첫 예봉을 꺾어야 한다. 김사율은 강력한 구위로 상대를 윽박지르는 스타일이 아니라 타이밍 싸움을 하기 때문에 상대에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6월 두차례 블론 세이브때가 그런 케이스였다. "요즘은 올라갈 때 '꼭 이겨야한다', '오늘 이기면 몇 세이브다, 팀이 몇위가 된다' 등의 생각을 하지 않고 오로지 '선두타자를 출루시키지 말자'하는 생각만 한다"고 했다.
"좋은 팀에서 마무리 투수를 맡아 뿌듯하다"는 김사율은 "믿음을 주면서 내 자리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기록이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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