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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후배 막말 사태, '무서운 선배'는 어디로 갔나

by 이원만 기자
프로야구 두산과 KIA의 경기가 3일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펼쳐졌다. 5대4로 경기가 끝났으나 화가 풀리지 않은 나지완이 김현수와 말다툼울 벌이자 이종욱이 말리고 있다.광주=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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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선배'가 사라진 프로야구의 질서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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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는 외형적으로 역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280경기를 기준으로 올해 총관중수는 439만9885명으로 지난해 동기간(280경기, 373만8221명)에 비해 18%나 늘어났다. 경기당 평균관중도 1만5714명으로 작년(1만3351명)보다 2400명 가까이 증가했다.

이처럼 뜨거운 팬들의 사랑 덕분에 야구 선수들의 인기 역시 절정에 달했다. 웬만한 연예인보다 더 많은 팬들을 갖고 있는 선수가 수두룩하다. 팬들은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과 애정을 주고, 선물 공세를 퍼붓는다. 말 그대로 '야구선수 전성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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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들이 그에 합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최근 불거진 선수들의 모습은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금세 흥분하고, 성급하게 감정을 쏟아낸다. 예의와 조심성, 눈치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자기 속내를 여과없이 내뱉는다. 이를 타이르거나 꾸짖어줄 '무서운 사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무서운 선배의 실종, 존중과 배려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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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선 굳이 한 소속팀이 아니더라도 함께 학창 시절을 보낸 선수들끼리 경기장에서 만나면 머리를 숙이거나 모자를 벗어 인사를 하고, 특유의 끈끈한 정과 의리가 살아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유대감이 눈에 띄게 희석된 듯 하다. 지난 3일 광주 KIA-두산전에서 벌어진 나지완과 김현수의 설전이 그 사례다. 프로야구 선수를 떠나 일반적인 사회통념으로 봐도 중·고교 2년 선후배 사이에서 욕설이 오갔다는 것은 상식의 한계를 벗어난 일이다. 특히나 최근에는 중계방송 시스템의 급격한 발달로 인해 선수들의 모든 행동과 입모양까지 여과없이 생중계된다. 선수 개인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이런 사태의 발생 원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수들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선후배 및 코칭스태프 사이가 허물없이 편해지면서 생긴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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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해태 이순철, 롯데 박정태 하는 식으로 팀마다 중심을 잡아주는 군기반장이 있었다. 그들의 존재로 인해 후배는 자연스럽게 선배를 공경하는 법을 배우고, 프로야구판의 질서를 체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들과 같은 존재가 사라졌다. 모 구단의 코치는 "선수들이 모두 스타가 돼서 그렇다. 요즘에는 코치가 선수들 눈치를 보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스타들만 즐비했지 그들을 콘트롤할 엄한 지도자도, 무서운 선배도 없다.

프로야구 두산과 KIA의 경기가 3일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펼쳐졌다. 5대4로 경기가 끝나고도 나지완이 씩씩대자 선수들이 말리고 있다.광주=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7.03/

빗나간 소영웅주의, 오해만 키운다

최근 몇 년간 프로야구계에서 보이는 또다른 이상현상은 개인적인 SNS 공간을 통해 경솔하고 분별력 없는 발언이 쏟아진다는 점이다. 벌써 수많은 선수들이 미니홈피나 SNS에 여과되지 않은 감정을 표출해 오해와 분쟁을 일으키곤 했다.

6일자로 2군행을 통보받은 두산 투수 고창성도 마찬가지다. 지난 3일 두산 프록터, 김현수와 KIA 나지완 사이에 생긴 분쟁이 서로의 오해와 실수에서 벌어진 일로 정리되고 조금씩 진정돼 갈 무렵, 고창성이 느닷없이 개인 SNS를 통해 나지완에 대한 비난의 말들을 쏟아냈다.

정리되어 가던 상황을 다시 혼돈으로 빠트린 빗나간 소영웅주의에 지나지 않는 행동이다. 결국 두산 코칭스태프는 회의를 통해 고창성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경솔하고 무분별한 행동에 대한 벌이었다.

SNS는 개인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공개된 곳이기도 하다. 최근 선수들은 이를 통해 팬과 직접적으로 소통한다. 본래 SNS의 목적에 부합하는 현상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대중에게 거의 무제한적으로 열려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특히 개인적인 발언이 사회적인 파급력을 지니게 된 입장이라면 한번쯤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글을 쓸 필요가 있다. 그게 팬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최근 프로야구 선수의 새로운 의무이자 책임이기 때문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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