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미안했다."
한화 김태균은 커다란 덩치만큼이나 마음 씀씀이도 컸다.
7일 SK전에서 그는 팀의 8연패를 끊는 일등공신이었다.
선제 솔로포를 날렸고, 결승 적시타를 추가하며 4대2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김태균은 크게 웃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제대로 치지 못해서 팀이 졌다. 오늘 같이 내가 쳐야 팀이 쉽게 이길 수 있다"며 오히려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이다. 김태균은 지난달 초부터 오른손 부상에 시달려왔다. 타격때 투구가 방망이 맞은 충격이 손에 전해지는 바람에 만성 타박상을 얻은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김태균은 꿈의 4할 타율을 고수하지 못했고, 팀도 연패를 거듭하다가 7일 SK전 이전까지 올시즌 최다연패(8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물론 한화가 잦은 연패의 수렁에서 최하위를 면치 못하는 것은 김태균의 부상 때문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김태균은 자신에게 채찍을 들었다.
남의 탓을 하기보다 깊은 자성을 통해 스스로 오기를 품도록 하는 것이 부상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깊은 마음을 간직한 김태균은 의지까지 투철했으니 어디 흠잡을 데가 없었다.
김태균은 "타율이 4할5푼대에서 떨어졌으니 다시 4할5푼대를 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4할5푼대 타율을 진짜 기록한다는 게 아니라 잃었던 타격감을 찾아가는 만큼 더욱 분발하겠다는 각오였다.
김태균의 이런 말들은 접대성 멘트인 줄 알았다. 으레 선수들이 인터뷰 과정에서 꺼내드는 정형화된 답변 교과서 그런 것 말이다.
하지만 곧바로 자신이 했던 말에 책임을 졌다. 8일 SK전에서다. 연타석 홈런의 대폭발을 이룬 것이다.
김태균은 이날 1-0으로 앞선 채 맞은 6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추가점을 올리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시즌 11호. 지난 4일 넥센전과 7일 SK전에 이어 3경기 연속 홈런이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8회말 선행타자 최진행의 투런포 덕분에 4-0으로 앞선을 때 기분좋게 타석에 들어서더니 좌중간 솔로포를 또 터뜨렸다.
프로야구 역대 18번째 200홈런, 35번째 2000루타, 44번째 600득점 등의 대기록은 보너스였다.
"내가 잘 쳐야 팀이 이길 수 있다"는 그의 말대로 김태균이 홈런을 치자 한화 타선은 8회말 한상훈의 2루타에 이은 최진행의 투런포로 바짝 힘을 냈다.
김태균의 말이 맞았던 것이다. 김태균은 이날 3타수 2안타의 활약으로 타율도 3할9푼8리로 끌어올리며 4할대 복귀 초읽기에 들어갔다.
떨어진 타율 다시 끌어올리겠다던 다짐도 몸으로 보여준 것이다.
믿음직한 김태균이 다시 비상하고 있는 한 한화는 더이상 추락하는 독수리가 아니었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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