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올스타 허도환, 꿈은 역정을 먹고 자란다

by 민창기 기자
6월 28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넥센-두산전. 넥센 포수 허도환이 덕아웃에 앉아 있다. 목동=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Advertisement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홈런을 쏟아내거나, 타점을 쓸어담는 강타자도 아닌데, 한 선수의 인생 역전 스토리가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넥센 히어로즈 포수 허도환(28).

Advertisement

입단 테스트를 거쳐 지난해 6월 신고선수로 넥센 선수가 된 지 1년이 조금 흘렀다. 허도환이 지난 시즌 중반 넥센에 입단했을 때, 그가 올스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야구인이 있었을까. 프로 경력이 일천한 무명, 다시 프로야구 선수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던 허도환이 '한여름밤 꿈의 무대'로 불리는 별들의 잔치 올스타전(7월 21일 대전구장) 초대장을 받았다. 그것도 감독 추천이 아닌 팬투표로 선정한 웨스턴리그 '베스트 10'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대한민국 에이스 류현진(한화), 리그를 대표하는 간판 타자 김태균(한화), 이범호(KIA), 이병규(LG) 등 스타선수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Advertisement

넥센 팬들은 팀명에 빗대 허도환을 '진정한 히어로', 영웅이라고 부른다. 수없이 많은 역경을 넘어 우여곡절 끝에 야구인생의 반전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대로 서울고, 단국대를 졸업한 허도환은 2007년 두산에 입단했다. 그런데 데뷔 첫 해 딱 1경기에 출전한 게 기록의 전부다. 2007년 5월 27일 대전 한화전 9회초 안타를 때린 홍성흔을 대신해 대주자로 나갔다가, 9회말 수비 때 포수 마스크를 썼다. 그렇게 기다렸던 데뷔전이었지만, 첫 출전이 마지막 경기가 되고 말았다.

Advertisement

경기전 김태형 당시 두산 배터리 코치와 롱 캐치볼을 하던 중에 오른쪽 팔꿈치에서 '뚝' 소리가 났다. 데뷔 신고조차 하지 못한 처지에, 아프다는 내색을 할 수 없었다. 팔꿈치가 부어올랐지만 아픔을 참고 경기에 나선 게 그의 인생을 바꿔버렸다.

통증 때문에 2군에 내려갔는데, 아프다는 이야기를 꾀병으로 오해하는 이들이 야속했다. 그리고 기회는 더이상 오지 않았다. 그해 말 허도환은 구단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부상을 갖고 있는 무명 선수가 갈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자비로 수술을 받은 허도환은 2008년 말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했다. 야구만 바라보고 달려온 인생인데, 야구를 버릴 수 없었다.

Advertisement

6월 26일 목동 넥센-두산전. 넥센 포수 허도환이 3회초 두산 김현수에게 사구를 허용한 김병현과 마운드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성남의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공익근무를 하던 허도환은 근무가 끝나면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배명중으로 달려갔다. 조명시설이 있는 배명중 훈련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내일을 준비했다. 허도환은 "두산 시절 선배가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어 거기로 갔는데, 그 학교 선배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명한 선수도 아니다보니, 학부모 눈치를 봐야 했다"며 그 시절을 떠올렸다.

2010년 말 공익근무요원 소집해제를 앞둔 허도환은 두산을 제외한 나머지 구단에 입단 테스트를 받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때 유일하게 연락을 해 온 게 넥센이다. 테스트를 통과한 허도환은 히어로즈의 일원이 됐다. 지난 시즌 후반기 79경기에 나선 허도환은 올시즌 두산과의 개막 2연전에 선발 출전하는 등 초반 주전 포수로 자리를 잡는 듯 했다. 젊은 투수들과의 호흡도 잘 맞았고, 팀 분위기도 좋았다.

그러나 완전하게 믿음을 주기에는 뭔가 부족한 듯 했다. 코칭스태프는 5월 초 SK 포수 최경철을 영입했다. 김시진 감독은 루키 포수 지재옥의 기량을 보기 위해 허도환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지난 5월 말 2군행 통보를 받은 허도환은 20일 넘게 2군 밥을 먹다가 6월 19일 복귀했다. 허도환은 "마침 컨디션이 조금 떨어져 있었다. 자신을 한 번 더 되돌아보며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며 웃었다.

그가 2군에 있는 동안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2군에 머물고 있는데도 올스타전 팬 투표 1위를 질주한 것이다. 허도환은 "솔직히 쑥스럽기도 했지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