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호 롯데 감독은 류중일 삼성 감독과 얘기를 나누고 돌아온 후 "류 감독이 올스타전 감독을 안 하겠다고 얘기했다"며 웃었다. 전년도 우승팀 사령탑 류 감독은 2012년 올스타전에서 이스턴 올스타팀(삼성 SK 롯데 두산)을 이끈다. 양 감독이 전한 류 감독의 푸념은 팬투표로 정한 베스트10의 전 포지션을 모두 롯데 선수들이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전년도 챔피언이자 9일 까지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에선 단 한 명의 올스타도 나오지 않았다. 국민타자 이승엽(64만3168표·삼성) 마저 지명타자 부문에서 롯데 홍성흔(72만1694표)에게 7만여표차로 밀렸다.
선정 방식이 팬투표라 삼성이 롯데에 밀릴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롯데는 LG, KIA와 함께 가장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인기 구단이다. 반면 삼성은 선수들의 실력과 현재 팀 경기력에 비해 확보한 팬은 상대적으로 그 수에서 밀린다.
그렇지만 이승엽의 경우는 다소 충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는 일본 진출 이전인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삼성에서 7연속 베스트10에 선정됐다. 9년 만에 돌아온 국내무대에서 이승엽은 '인기남' 홍성흔의 벽에 부딪혔다.
삼성 선수들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제법 인기가 높았다. 2003년 올스타 팬투표에선 무려 9명을 배출한 적도 있다. 역대 연도별 최다 득표 선수 현황을 봐도 이만수(4회, SK 감독) 양준혁(4회) 이승엽(2회) 장효조(1회) 등이 삼성을 빛냈다. 2006년 양준혁(은퇴)이 최다 득표를 한 이후 6년째 롯데 선수들(이대호 2번, 가르시아 홍성흔 강민호 1번씩)이 5번 영광을 가져갔다.
삼성이 이처럼 올스타 팬투표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과거와는 다른 선수 구성 때문이다.
삼성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타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심정수 마해영 같은 빅스타들을 데려오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번 올스타 팬투표 후보에 올라온 삼성 선수들을 보면 이름값 보다는 실력이 우선한다. 우완 윤성환, 3루수 박석민, 유격수 김상수, 외야수 배영섭 등이 그렇다. 또 베테랑 포수 진갑용, 2루수 신명철, 외야수 박한이 등도 인기투표에선 다소 약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은 인기 대신 내실을 다졌다고 볼 수 있다.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선수 영입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FA(자유계약선수) 영입 대신 스스로 선수를 키워내 강팀을 만들겠다는 쪽으로 팀 세대교체 방법을 바꿔가고 있다. 이러다보니 현재 삼성에는 네임밸류와 인기는 떨어지지만 내실있는 선수들이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다.
내년 올스타전 팬투표는 조금 달라질 것이다. 박석민 김상수 같은 젊은 선수들의 인기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또 이번 팬투표 결과는 올스타 선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걸 만천하에 드러냈다. 어떤 식으로든 보완이 불가피하다. 단순한 인기몰이 투표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이번 올스타전에서 삼성 선수들을 전혀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류중일 감독과 선동열 감독(웨스턴 올스타팀)이 올스타 감독 추천 선수 12명씩을 11일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4개팀에 공평하게 분배해도 3명씩 돌아간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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