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의 테마송은 이제 완전히 하나의 이미지로 자리를 잡았다.
10일 대구구장. 삼성이 3-2로 앞선 8회 2사 상황에서 투수교체가 이뤄졌다. 설마, 했던 순간. 삼성 오승환이 마운드로 걸어올라왔다. 6일만의 등판이기 때문에 아웃카운트 하나쯤은 더 책임지게 해도 무리가 없는 날이었다. 오승환은 4타자 연속 삼진으로 18세이브째를 기록했다.
끝판대장, 세이브 어스
오승환의 한 타이밍 빠른 등판에 삼성팬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반면 원정팬들은 암울한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오승환이 마운드에 오를 때 전광판에는 '끝판대장'이란 문구가 떴다. 동시에 수업시간 종료를 알리는 벨소리가 울렸다. 이어 '쿵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테마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라젠카, 세이브 어스(Lazenca, Save us)'. 오승환이 몸을 푸는 동안 이 장중한 애니메이션 주제가가 계속 나온다. 대구구장의 현장에 있는 팬들만이 그 장중함을 체감할 수 있다. TV 중계에선 대체로 이 타이밍에 광고가 나오기 때문이다.
보통 마무리투수들이 테마송을 너무 센 곡으로 정하는 걸 피한다. 엄청나게 장중한 음악과 함께 등판했는데, 곧바로 블론세이브라도 하면 너무 창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승환은 지난해부터 이 노래와 함께 초간단 세이브를 계속해왔다. 지금의 오승환과 테마송은 어울려도 너무 잘 어울린다.
오승환 테마송 선택 배경
지난해 4월말이었다. 대구구장에 경기전 훈련때 '라젠카, 세이브 어스'가 흘러나왔다. 90년대 말 국산 애니메이션인 '영혼기병 라젠카'에 O.S.T로 쓰였던 노래다.
확인해보니 삼성측에서 오승환의 테마곡을 새로 정한 것이었다. 처음엔 영화 '캐러비안의 해적'의 메인 테마송을 쓸까도 고려했다. 그런데 두산 김동주가 이미 이 곡을 쓰고 있었다고 한다. 또하나, 국내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언더테이커의 종소리 테마송도 후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엔 '라젠카, 세이브 어스'였다. 이 노래만큼 어울리는 케이스를 찾기 힘들었다. 오승환도 테마송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는 반응이었다.
2009년과 2010년에 오승환은 부상과 수술로 인해 좋은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오승환도 여기까지인가'라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1년에 오승환은 테마송과 함께 화려하게 부활했다. 마무리투수가 MVP 후보에 오르는 또한번의 사례가 됐다.
프로야구는 컨텐츠가 있어서 팬들의 사랑을 받는다. 오승환의 테마송도 일종의 컨텐츠다. '라젠카, 세이브 어스'가 흘러나올 때 과거엔 애니메이션을 떠올린 사람들이 많았겠지만, 이제 야구팬들 대다수는 오승환의 피칭을 떠올릴 것이다.
대구=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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