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현대기아차를 사면 덤으로 종이 한장을 받는다. 무료 선팅쿠폰.
협력업체를 찾아가면 무료로 선팅을 할 수 있다. 최근 신차를 구입하는 운전자의 70% 정도가 선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쉬운 원스톱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선팅쿠폰을 지급함으로 인해 영세업체는 도산위기에 직면해 있고, 협력업체 또한 턱없이 낮은 수가로 울상이다.
신차 구입자 역시 꼼꼼하지 못한 선팅 작업으로 인한 높은 불량률 호소와 민원이 많다. 현대기아차만 수월한 영업 판촉으로 무풍지대다.
김모씨(46)는 10년전부터 국도변에서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한 작은 상점에서 자동차 선팅업을 하고 있다. 주로 화물차를 상대로 선팅 필름을 입힌다.
김씨는 "지난해부터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 요즘은 파리만 날린다. 파트타임으로 다른 일도 해봤지만 배운게 이것 뿐이라.. 현대기아차가 선팅 쿠폰을 지급하면서부터 매출은 바닥권"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김씨는 최근 본지에 전화를 걸어 "틈만 나면 '상생, 상생'하는데 현대기아차같은 큰 회사가 영세상인들의 밥그릇까지 뺏어도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어디서부터 일이 꼬였을까.
지난해 3월 현대자동차는 정가판매를 발표했다. 대리점마다 영업맨들의 할인 '수완'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나던 차값은 어딜가나 카탈로그에 인쇄된 숫자와 같아졌다. 직영 대리점과 일반 대리점의 차량 판매 차이로 고민하던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묘책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선 판매 유인책이 너무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이 때문에 무료 선팅쿠폰 제공이 탄생됐다. 처음에는 선팅지를 만드는 차량 부품제작사인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사 현대 모비스에서 선팅 사업을 도맡았다. 기존 선팅업체와 영세업자들이 크게 반발했고, 현대 모비스는 "영세업체와 동반성장 하겠다"며 지난해 7월 무료 선팅쿠폰 관련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1년이 지났지만 현대 모비스의 철수가 근본해결책이 아님이 입증되고 있다.
현대기아차 선팅쿠폰 제공은 여전하고 여기 저기서 힘들다며 아우성이다. 업체 선정 차원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선팅쿠폰을 가지고 협력업체를 방문하면 몇 가지 필름(루마, 3M, 모비스)을 골라 무료 장착이 가능하다. 문제는 공정하지 못한 가격이다. 현대기아차 대리점에서는 이 선팅쿠폰을 10여만원 상당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현대기아차에서 협력업체에 지불하는 돈은 5만원 남짓. 필름값을 제외하고 남는 돈은 2만원. 다소 까다로운 선팅작업 공임으로는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예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인 공임에 협력업체도 숨을 못쉴 지경이다. 돈이 되지 않는다고 이를 마다히기도 힘들다. 1500여개의 협력업체는 울며 겨자먹기로 동참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국산차 내수시장 점유율은 80%에 육박하고 있다. 신차의 대부분은 현대기아차 로고를 달고 있다. 최근 몇년간 이같은 독과점은 더욱 강화됐다.
선팅업체는 따라갈 수 밖에 없다. 협력업체가 아니면 애초부터 버티기 힘들다. 선팅 필름은 최근 품질이 좋아져 대부분 5년 이상 너끈하다. 평생 품질보증을 하는 업체까지 나왔다. 신차가 아니면 선팅 수요가 사실상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폐업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한다.
더 큰 문제는 영세상인 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서울 양천구의 A협력업체 관계자는 "쿠폰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좋은 품질의 필름을 제공하기는 사실 힘들다. 가장 싼 필름이라고 보면 된다. 절반 수준의 공임으로 똑같은 작업을 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선팅은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라 소비자가 느끼는 품질 차이가 크다. 이렇다보니 일부 협력 장착점에서는 무료 선팅쿠폰을 2~5만원 보상해주는 대신 고가의 선팅제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무료 선팅쿠폰은 싸구려'라는 설명에 마음이 흔들리는 신차 구입자가 적지 않다.
현대기아차의 고가전략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어차피 무료 선팅쿠폰 값은 차값에 포함돼 있다. 차값을 올리고, 쿠폰 가격을 후려치면 그만큼 더 이익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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