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이후로 이렇게 몰입해 보는 드라마는 처음이다."
SBS 월화극 '추적자 THE CHASER'(이하 추적자)가 마침내 일을 냈다. 매회 극찬이 쏟아졌지만 달라진 방송 환경에서 시청률 수직상승에 어려움을 겪었던 '추적자'가 MBC '빛과 그림자'의 퇴장과 함께 결국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10일 방송된 14회분이 시청률 20.7%(AGB닐슨 기준)를 나타내며 동시간대 경쟁작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월화극 1위로 우뚝 올라섰다.
'제2의 모래시계'로 불릴 만한 선풍적인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천편일률적인 스토리 탈피, 주옥 같은 대사
'추적자'는 방송 전 업계로부터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당초 SBS의 예상치 못한 편성 불발로 급히 대체된 '땜빵' 작품으로 알려진 데다 젊은 스타 배우 하나 없는 캐스팅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SBS 관계자도 "대본이랑 손현주, 김상중 두 주연배우만 보고 가는 거다"라고 체념 섞인 말을 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젊은층에게 다가가기 위해 영어 제목을 쓰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체념이 희망으로 바뀔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추적자'만의 차별화된 스토리에 있었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만연하면서 스타 마케팅에 설득력 없는 자극적인 이야기로 눈길을 끌려는 작품들이 부지기수인 상황에서 냉혹한 현실을 비틀어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묵직함이 묻어나는 '추적자'의 스토리는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다. 천편일률적인 사랑놀음에 의미 없는 패러디, 과도한 PPL(간접광고), 말장난의 일회성 재미에 맛들인 TV 드라마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 있는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매회 폐부를 꿰뚫을 듯한 주옥 같은 대사는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게 하고, 정재계, 법조계, 언론계를 배경으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도려내는 이야기는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명품 배우들의 향연, 주조연이 따로 없다!
손현주, 김상중 두 배우의 연기력을 따로 논할 필요가 있을까. 당연히 믿고 보는 배우들이지만 '추적자'에서 이들의 연기는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주연배우들의 명품 연기는 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주변 연기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했다. 50년간 치열하게 땀 흘려온 베테랑 연기자 박근형이 매회 소름 돋는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손현주와 김상중을 능가하는 존재감을 심어주고 있다. 또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차분하고 지적이며 단아한 이미지와 함께 아름다운 외모가 주로 부각되던 김성령 역시 '추적자'를 통해 배우로서 재조명 받고 있다. 재벌가 딸로서 냉철한 겉모습과 달리 사랑을 갈구하는 연약한 여인의 내면을 완벽에 가깝게 구현하며 이미지 변신에도 성공했다.
이밖에도 류승수, 강신일, 박효주, 조재윤, 전도민 등 출연배우들 모두 저마다 개성 강한 캐릭터를 맡아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박효주는 방송 전 대본 리딩을 한 뒤 "너무 소름이 돋아 머리카락이 뻣뻣하게 서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기획이 급하게 이뤄지면서 시작부터 사실상 쪽대본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드라마사에 길이 남을 짜임새 있는 대본이 계속해서 나온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이 같은 환경에서도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연기를 펼쳐내는 배우들이야 말로 '추적자' 흥행의 일등공신이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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