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1일 KIA 윤석민은 광주 두산전에서 노히트노런 행진을 펼치다 8회초 손시헌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이때 윤석민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타구를 잡기 위해 오른손을 뻗는 제스처를 취했다. 공은 윤석민의 손을 스치지 않고 그대로 중견수쪽으로 빠져나갔다.
이튿날 선동열 감독은 공개적으로 윤석민의 '위험한 행동'에 대해 경고를 보냈다. 당시 선 감독은 "윤석민이 자꾸 타구를 향해 글러브를 끼지 않은 오른손을 내미는데, 잘못 맞으면 선수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그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분명히 고쳐야 한다. 이건 감독이 아니라 선배로서 하는 이야기"라고 충고했다. 윤석민도 "이제는 그러지 않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윤석민은 3주 후인 6월3일 인천 SK전에서 같은 행위를 또 보였다. 5회말 1사 1,2루에서 SK 정근우의 강습 타구에 또 오른손을 뻗고 말았다. 타구가 자신의 오른쪽으로 빠져나가는 듯 하자 순간적으로 몸을 틀며 손을 뻗었다. 한번 잘못든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 법이다.
윤석민과 똑같은 행동을 하는 투수가 한 명 더 있다. 두산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다. 니퍼트의 투구후 동작을 자세히 보면, 1루로 향했던 몸을 다시 틀어 자신에게 날아오는 타구를 향해 그 기다란 오른팔을 뻗는 모습을 간혹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진욱 감독이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14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어제도 그런 모습을 보였는데, 그 이전에도 내가 몇번이나 그러지 말라고 했었다. 무의식적으로 그러는건지, 의식적으로 그러는건지 모르겠지만,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다"라고 밝혔다. 선 감독과 똑같은 취지의 경고를 니퍼트에게 했다는 이야기다.
니퍼트는 그 전날(13일) SK전에서 그 같은 행동을 두 차례 보였다. 0-0이던 2회말 연속안타를 맞고 3실점을 한 니퍼트는 계속된 2사 1,3루서 SK 왼손타자 김재현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글러브를 끼지 않은 오른손을 쭉 뻗어 타구를 잡으려는 시늉을 보였다. 다행히 타구는 원바운드 후 니퍼트의 손을 한참 벗어나 유격수쪽으로 향해 위험이라고까지 느낄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데 3회말 니퍼트는 똑같은 행동으로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2사후 박정권에게 137㎞짜리 체인지업을 던져 강습 타구를 허용했다. 니퍼트는 타구가 원바운드 후 자신의 오른쪽을 지나가려는 순간, 또다시 오른손을 쭉 뻗었다. 타구는 니퍼트의 손을 스칠듯 말듯 빠른 속도로 지나가 유격수쪽으로 흘렀다. 결과는 유격수 땅볼.
니퍼트는 이닝을 마친 뒤 덕아웃으로 들어오던 도중 자신의 오른손을 유심히 살펴보며 고개를 몇차례 갸우뚱거렸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타구는 니퍼트의 손에 닿지 않았다. 김 감독은 "당시 니퍼트가 고개를 갸우뚱한 것이 타구를 잡지 못해 아쉬워서 그런건지, 손에 맞을 뻔한 위험한 상황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나조차도 정신이 아찔했다"고 밝혔다.
니퍼트는 김 감독에게 여러차례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윤석민과 마찬가지로 습관적으로 타구를 향해 손을 뻗는 행동이 잘 고쳐지지 않는 모양이다.
투수는 제5의 내야수라고 불린다. 투구 능력 못지 않게 수비 능력도 좋은 투수를 평가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가 된다. 그러나 적극적인 수비는 오히려 해가 된다. 마운드 위로 치솟은 플라이 타구를 다른 야수가 잡도록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타구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조건 피하는게 상책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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