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KIA 에이스 윤석민, 5년만에 최소이닝 강판 원인은?

by 이원만 기자
15일 대구시민구장에서 열린 KIA와 삼성의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한 KIA 윤석민이 1과 1/3이닝 투구하며 4 실점하는 난조를 보였다. 2회 1사 2루에서 씁쓸한 표정으로 강판 당하고 있는 윤석민.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7.15
Advertisement

우천 취소로 인한 등판 연기는 결국 에이스에겐 독이 됐다.

Advertisement

KIA 에이스 윤석민이 긴 우천 휴식의 악재를 극복하지 못한 채 2회에 조기강판됐다. 윤석민은 15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로 나왔으나 1⅓이닝 만에 5안타(1홈런) 1볼넷으로 4실점한 끝에 결국 마운드를 내려왔다. 윤석민의 1⅓이닝 강판은 올 시즌 최소이닝 강판이다. 더불어 윤석민이 선발로 나와 2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것은 지난 2007년 7월 4일(1이닝) 이후 5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15일 대구시민구장에서 KIA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선발로 등판한 KIA 윤석민이 차일목 포수에게 사인을 내고 있다.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7.15

에이스의 몰락, 무엇이 문제였나

Advertisement

이날 윤석민의 몰락은 다분히 우천취소로 인해 불규칙해진 일정 탓으로 분석된다. 비로 인해 선발 예고된 경기가 무려 3차례나 취소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원래 예정일보다 5일씩이나 늦게 등판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무려 11일 만에 마운드에 오르다보니 정상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었다.

이전 등판에서 윤석민의 컨디션과 구위는 투수 부문 4관왕을 차지했던 지난해의 모습을 연상케 할 만큼 뛰어났었다. 지난 7월 4일 광주 두산전에 선발 등판한 윤석민은 8이닝 동안 딱 100개의 공만 던지며 4안타 2삼진 무4사구로 무실점한 끝에 시즌 5승째를 거뒀다. 5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 제구력이 들쭉날쭉하던 모습은 사라진 듯 했다. 때문에 향후 계속 좋은 성적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Advertisement

하지만 막 달아오르려던 윤석민의 어깨는 여름 장맛비에 차갑게 식어버렸다. 너무 길어져버린 휴식으로 인해 체력이 회복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페이스가 다운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KIA 선동열 감독은 최근 계속 우천 취소경기가 늘어나자 "선발 투수들의 경우 다음 등판 예정일에 맞춰 몸관리를 하는데 이 과정은 상당히 섬세하고 예민하다. 그런데 등판이 이틀 이상 미뤄지면 컨디션 조절체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우려감을 표시한 바 있다. 윤석민의 몰락은 바로 이런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었다.

세 번의 등판 연기, 에이스의 어깨를 얼렸다

Advertisement

원래 윤석민의 정상적인 등판 예정일은 5일 휴식 후 6일째가 되는 지난 10일 광주 롯데전이었다. 이날 선발로 예고까지 됐었다. 그러나 이 경기가 우천 취소되면서 윤석민의 등판일이 하루 미뤄졌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11일 경기도 우천 취소되자 일이 틀어졌다.

이틀 연속 등판 취소 후 사흘째 투입은 윤석민에게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다른 선발투수들의 등판 일정도 맞물려있었다. 그래서 선 감독은 12일 경기 선발로 소사를 내세웠다. 대신 윤석민은 하루 쉬게한 뒤 13일에 투입하기로 했다. 만약 윤석민이 이 수정안 대로 13일 대구 삼성전에 나왔더라면 또 다른 결과가 나왔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하늘은 이 수정안마저 뒤틀어버렸다. 12일 경기는 예정대로 치러졌지만, 13일 대구지역에 또 비가 내리며 윤석민의 등판예정 경기가 취소돼버린 것. 결국 윤석민은 이번 주에만 세 차례 선발로 예고됐다가 취소된 후 15일에 투입되는 상황에 빠져들고 말았다. 자연스럽게 컨디션 유지에 엄청난 심력을 소비할 수 밖에 없었다.

일정만으로 놓고 볼 때 윤석민은 '5일 로테이션'에서 중간에 한 차례 정도 등판을 거르고 자연스럽게 11일 째에 등판한 모양이 되기는 했다. 그러나 아예 처음부터 '선발 한 턴을 거른다'는 계획을 갖고 11일 째 등판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마치 '5분 대기조'처럼 전의를 불태웠다가 식히고, 다시 끌어올리는 상황이 벌어지며 멘탈에 데미지를 받게 된 것이다.

윤석민은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5년 만의 선발 2이닝 미만 강판'은 윤석민의 이날 컨디션이 얼마나 좋지 않았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선 감독의 기민한 투수보호 움직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윤석민은 1회부터 썩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선두타자 박한이에게 2구만에 빗맞은 중전안타를 맞은 뒤 희생번트로 된 1사 2루에서 삼성 클린업트리오를 각각 볼넷-투수 땅볼-좌익수 뜬공으로 요리하긴 했다. 그러나 클린업트리오 한 명당 각 6개씩의 공을 던지며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1회 투구수가 22개나 됐다.

덕아웃에서 윤석민의 구위가 좋지 못하다는 것을 파악한 선 감독은 2회에 연달아 정타를 허용하자 망설임없이 에이스를 강판시켰다. 냉정해보여도 이는 에이스에 대한 배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컨디션이 나쁜 상황에서 무리하다가는 몸을 다칠 수도 있다. 이럴때는 자존심이 상해도 차라리 일찍 강판시켜 휴식을 주는 편이 낫다.

이런 조치 덕분에 윤석민은 투구수를 낭비하지 않고 무거워진 몸을 추스를 수 있게 됐다. 이날로 윤석민의 전반기 등판일정은 끝났다. 다음 등판은 올스타 휴식기 이후인 24일 목동 넥센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민은 올해 넥센전에 2번 등판해 1승 무패 평균자책점 0.53으로 강했다. 충분한 휴식을 통해 안 좋은 기억을 잊고 몸을 추스른 후, 편안한 상대를 만난다면 다시 에이스의 진면목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번 '윤석민 몰락사태'를 통해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내년부터 치러지는 9구단 체제에서 이런 일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필연적으로 중간 휴식일이 불가피한데다가 예상치 못한 우천 취소가 겹치면 제2의 '에이스 몰락 사태'가 나올 수도 있다. 결국 기형적 9구단 체제에서는 선발 등판 일정 조절과 투수들의 컨디션 관리기법이 팀의 운명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