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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근이 말하는 프로야구 주장이란?

by 민창기 기자
넥센 이택근이 7월 10일 SK전을 앞둔 인천문학경기장에 약한비가 내리자 덕아웃에 앉아 카메라를 들고 동료 선수들과 어울리고 있다. 인천=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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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차일목(31),SK 박정권(31), 넥센 이택근(32), 두산 이종욱(32), 롯데 김사율(32), 한화 한상훈(32), 삼성 진갑용(38), LG 이병규(38). 소속팀이 다른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야구팬이라면 금방 눈치를 챘을 것 같다. 현재 프로야구 8개 구단의 캡틴, 주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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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단체 스포츠에는 주장이 있는데, 팀의 컬러나 감독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역할은 비슷하다. 코칭스태프와 선수 간에 가교 역할을 하면서 선수들의 목소리를 감독에게 전하고, 팀 분위기를 최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이런 역할을 하려면 구단과 코칭스태프, 선수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워야 하고, 매 경기에 출전이 가능할 정도의 실력을 갖춘 선수여야 한다. 또 한국적인 정서상 나이도 중요한데, 보통 고참급에 속하며서, 그 팀에 뿌리가 깊어 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선수가 주장을 맡는다.

현재 주장 중 이택근을 비롯해 이종욱 김사율 한상훈이 1980년 생 동갑이고, 박정권과 차일목이 1981년 생이다. 주장들의 평균치를 뽑아보면,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뛰어든지 10년 정도가 된 30대 초반의 야수다. 8개 구단 주장 중 김사율이 유일하게 투수다. 야수와 투수는 포지션의 특성상 훈련 프로그램이 다르고 나뉘어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선수 수가 많고 매일 경기에 나서는 야수가 주장을 맡게 된다. 이 경우 투수를 부주장으로 하거나 투수쪽 부주장을 따로 둔다.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감독이 주장을 결정하기도 하고, 감독이 팀 분위기를 고려해 임명을 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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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8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넥센-KIA전. 8회말 무사 1루에서 넥센 박병호의 중견수플라이 때 1루 주자 이택근이 2루까지 뛰어 세이프된 후 타임을 외치고 있다.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가장 최근 주장 완장을 찬 선수가 이택근이다. 김시진 감독은 지난 13일 1,2군을 오르내리고 있는 기존의 주장 강병식 대신 이택근에게 주장을 맡겼다고 밝혔다.

주장이 된지 3일째인 15일 잠실구장 3루쪽 덕아웃 근처에서 이택근을 만났다.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서 이택근은 실내 훈련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택근은 2년 간의 LG 생활을 마감하고 지난 겨울 친정팀 히어로즈에 복귀했다. 4년 간 총액 50억원에 이택근을 영입한 히어로즈는 "타율 3할에 20도루 이상이 가능한 선수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더 큰 역할을 해줄 선수다"고 기대를 했던 이택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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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중에 갑자기 주장을 맡은 이택근은 솔선수범의 리더십, 소통의 리더십을 자주 입에 올렸다.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 다른 선수들도 따라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실제로 올시즌 이택근의 가세로 히어로즈 타선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타선에서는 3번 타자로서 중심타선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덕아웃에서는 선수들의 파이팅을 이끌어내는 리더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는 칭찬이 많다. 무뚝뚝하고 자신을 내세우기 싫어하는 부산 남자 이택근은 이런 칭찬이 나올 때마다 굉장히 어색해 한다.

2008년 출범후 지난 4년 간 하위권을 맴돌면서 선수들 사이에 패배주의가 만연했는데, 이택근은 시즌 초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후배들이 패배를 당연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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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넥센-한화전이 벌어진 목동구장. 경기전 넥센 이택근(왼쪽)이 한화 류현진 김태균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히어로즈 구단 관계자와 많은 야구인들이 올시즌 히어로즈 돌풍의 원동력 중 하나로 이택근 영입을 꼽는다. 빠져 있던 퍼즐 한 조각이 근성있고 희생을 할 줄 아는 선수 리더 이택근을 통해 채워진 것이다. 16일 현재 타율 2할6푼8리, 5홈런, 34타점, 13도루. 눈에 뛰는 성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이택근에게는 성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또다른 힘이 있다.

이택근에게 주장의 역할을 물었더니 "현재 우리팀 분위기가 굉장히 좋은데, 팀 분위기를 좋게 이끌어 가는 게 내가 해야할 역할이다"고 했다. 이택근은 후배들이 편하게 선배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함께 어울려 즐겁게 야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하면서도, 선후배 간의 예의는 반드시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선배와 후배 가릴 것 없이 선수단 전체가 야구를 즐기면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야구를 하는 3~4시간 만큼은 정말 집중력을 발휘해 재미있게 야구에 몰입했으면 한다"고 했다.

'지난 10년 간 경험한 주장 중에 롤모델로 삼고 싶은 선배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택근은 "특정 선배를 언급하면 다른 분들이 섭섭해할 것 같다"며 희미하게 웃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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