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 LG는 전문가 예상 순위마다 하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예상평에서 한화 넥센 등과 함께 치열하게 최하위 다툼을 펼쳤다. 19일로 전반기가 끝났다. 팀별로 전체 일정의 56~60%를 소화한 현재, LG의 성적은 34승2무42패. 승률 4할4푼7리로 7위다. 최하위 한화보다는 6.5게임 앞서있고, 6위 SK에는 4.5게임 뒤져있다.
1위 삼성은 2위 롯데와 4게임차를 만들며 전반기를 마감했다. 삼성이 치고 나갔지만, 여전히 중위권 싸움은 치열하다. 2위 롯데와 6위 SK의 승차는 고작 2.5게임차, 순위표는 독주체제를 만들어가는 1위, 치열한 중위권 다툼, 그리고 여기서 조금 멀어진 LG와 가장 멀리 간 한화가 있는 형국이다.
불쌍해 보이기 싫었던 LG, 5할 본능과 착시효과 만들다
LG가 최하위 후보로 꼽힌 이유는 간단하다. 팀의 주축 선수가 연쇄적으로 빠져나갔다. FA(자유계약선수) 이택근 조인성 송신영을 잃은 데 이어 경기조작 파문으로 팀의 주축 선발투수인 박현준 김성현을 퇴출시켰다. 후보도 아니고 주전급 선수 5명이 빠져나간 LG를 바라보면,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LG는 다른 팀이 무시할 수 있는 팀이 아니었다. 이는 김기태 감독의 "모두가 두려워 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시즌 동안 내홍을 겪으면서도 김 감독은 "우리 팀이 더 이상 불쌍해 보이면 안된다"고 했다. 시쳇말로 '호구 잡히는' 순간, 팀 성적도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선수단은 예상외로 잘 뭉쳤다. 2002년 이후 단 한차례도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하면서 안팎으로 강하게 흔들렸던 LG다. 하지만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팀워크가 생겼고, 근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10번의 5할 승률 기로에서 모두 승리한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LG는 지난달 24일 잠실 롯데전에서 패하기 전까지 단 한차례도 5할 승률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마이너스'의 그림자가 드리울 때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LG의 잠재력이 샘솟았다. '과연 이번에는?'이라는 10번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냈다.
'5할 본능' 탓에 성적도 따라왔다. 지난달 11일에는 정확히 365일 만에 단독 2위에 올랐다. 객관적인 전력은 좋지 못했지만, 단기간의 성적이 주는 '착시효과' 탓에 LG의 선전은 꽤나 오래 갈 것처럼 보였다.
드러난 실체, 그동안 기초체력 키워냈을까
하지만 거짓말처럼 순위는 내려갔다. 마치 지난해의 '데자뷰' 같았다. 일부 팬들이 조롱거리로 만들어낸 어법에도 맞지 않는 'DTD(Down Team is Down)'이란 신조어만 둥둥 떠다녔다.
10번이나 고비를 넘겼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달 22일 잠실 롯데전. 이전까지 13차례의 세이브 기회에서 모두 세이브를 올렸던 '초보 마무리' 봉중근이 강민호에게 통한의 동점 투런포를 맞고 말았다. 첫 블론세이브. 분을 이기지 못한 봉중근은 덕아웃으로 들어온 뒤 소화전함을 내리쳤다. 오른 손등 골절상. 그렇게 LG는 재활에서 돌아온 뒤 마무리투수로 자리잡은, 마운드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봉중근의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그날부터 연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5할 승률 밑으로 떨어졌고, 4위에서 6위가 되더니 어느새 7위까지 추락했다. 6연패 뒤 SK를 상대로 2연승했지만, 다시 7연패에 빠졌다. SK와의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서 2승1패로 위닝시리즈를 거두긴 했지만, 이미 중위권 다툼에선 멀어진 상태다.
봉중근이 자리를 비운 동안, LG 선수단을 감싸고 있던 착시효과마저 사라졌다. 이제 다른 팀은 경기 전 LG 라인업을 보면 으레 '해볼 만 하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실책 1위(63개), 잔루 1위(632개), 득점권 타율 최하위(2할4푼2리). 전반기 LG의 자화상이다. 연패가 좋지 못한 기록은 죄다 꼭대기에 갖다 놨다. 하지만 이게 LG의 '실체'일 지도 모른다.
답답한 타선, 그리고 잦은 수비 실수. 하지만 LG가 시즌 초반 선전했던 때를 떠올려보자. 타선은 언제나 승리에 필요한 점수를 뽑아낼 수 있었고, 수비도 매끄러웠다. 상대의 한 베이스를 막아내고, 공격 땐 한 베이스를 더 가는 플레이를 펼쳤다. 마운드는 잇따른 깜짝 선발카드가 성공하며, 예상외의 선전을 했다. 유원상-봉중근의 필승조도 강력했다.
많은 야구 관계자들은 "LG가 처음부터 7위 수준이라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중위권 이상으로 선전하다 추락하니 상실감이 막대하다는 것이다. 김기태 감독은 "그래도 한번의 기회는 더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물론 5할 승률 회복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반기 착시효과 속에서 키운 기초체력을 발휘한다면, 기회는 올 수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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