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양승호 감독은 "100% 만족한다"고 했다. 전반기를 끝낸 성적을 두고 한 말이다.
역사상 단일리그 전반기 최고인 2위에 랭크됐다. 사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불안요소가 많았다. 이대호와 장원준이 빠졌다. 장기로 치면 차와 포를 뗀 형국이다.
물론 외부수혈이 있었다. 하지만 정대현과 이승호는 전반기에 그다지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 때문에 객관적인 전력은 약화됐다는 평가가 맞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180도 달랐다. 시즌 초반 1위를 달리다 포스트 진출 마지노선인 4위 밖으로 순식간에 밀려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안정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 원동력으로 내실을 채웠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팀 스포츠의 필수이자 기본인 응집력과 조직력을 업그레이드했다는 얘기.
그러나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다. 올 시즌 롯데의 변화. 응집력과 조직력이 한단계 올라섰다는 실체는 뭘까. 그리고 그 원천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기록이 진정으로 의미하는 것
팀 스포츠에서 기록은 '두 얼굴'을 한다. 좋은 스탯을 가진 선수가 의외로 내실이 없는 경우가 많고, 반면 기록은 인상적이지 않지만 팀에 꼭 필요한 선수도 있다. 수치의 딜레마다.
이것을 극복하고 기록을 올바로 꿰뚫어 보기 위해서는 수치가 가지는 의미를 올바르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록이 기본적인 판단근거이면서도 딜레마를 가지는 이유다.
롯데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숫자놀음을 할 필요가 있다.
2011시즌을 팀 기록을 살펴보자. 팀타율 2할8푼8리, 평균자책점 4.20. 경기당 평균 5.36득점, 4.65실점을 기록했다. 2012시즌 팀타율 2할7푼3리, 평균자책점 3.66. 경기당 평균 4.23득점, 4,12실점을 했다. 올 시즌 공격은 약화됐고, 투수력과 수비는 강화됐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롯데의 온전한 변화의 실체를 파악할 수 없다.
팀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능력이다. 객관적인 전력이라고 일컫는 부분이다. 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개개인의 화학적 결합이다. 우리가 조직력, 응집력이라고 부르는 부분이다.
이 부분을 평가하기 위해서 1차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병살타와 실책의 개수다. 2011시즌 124개의 병살타와 106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8개 구단 중 가장 많았다.
하지만 올 시즌 58개의 병살타와 50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133경기로 환산하면 98개의 병살타와 85개의 실책을 범한 셈이다. 롯데의 내실이 업그레이드된 1차적 증거다.
두번째 증거는 3점차 이내 승부의 결과다. 3점차 이내 승부를 가르는 주요한 요소는 필승계투조와 팀 전체의 응집력이다. 롯데는 지난 시즌 3점차 이내의 승부에서 34승34패를 기록했다. 5할의 승률이다. 올 시즌 21승13패다. 지난 시즌에 비해 괄목상대했다. 133경기로 환산할 경우 36승22패다. 지난 시즌에 비해 무려 14승을 플러스한 셈이다.
분명 필승계투조가 좋아진 측면이 있다. 최대성과 함께 김성배가 필승계투조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승부처에서 탄탄한 수비력이 큰 힘이 됐다. 적은 실책수가 이를 뒷받침한다. 타격의 응집력도 있었다. 추상적일 수 있다. 지난 시즌과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을 비교해봤다. 두 시즌 모두 2할9푼.
하지만 지난 시즌보다 올 시즌 팀 타율이 낮아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만큼 승부처에서 응집력은 더욱 좋아졌다는 반증이다.
보이지 않는 리더십의 실체
올 시즌 롯데 양승호 감독의 리더십은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해 초반까지만 해도 '양승호구'라는 별명으로 부산 팬의 극렬한 비난을 받았던 사령탑.
하지만 그의 저력은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휘하고 있다.
확실히 롯데의 좋아진 수비는 양 감독과 선수들의 작품이다. 시즌 전 전지훈련에서 수많은 시간을 수비에 할애했다. 기본적으로 '탄탄한 수비없이 팀이 발전할 수 없다'는 양 감독의 원칙 때문이다.
제대로 팀의 방향을 잡고 같다.
그는 부드럽지만 확고하다. 팀워크를 해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는다. 하지만 접근방식은 유연하다. 마치 능구렁이 담넘어 가듯 한다.
강민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난 12일 KIA전에서 포수 강민호는 수많은 실책을 저질렀다. 결국 팀은 1대5로 패했다. 양 감독은 그 다음날 오히려 야단을 치기는 커녕 "어이 멘붕(정신적 충격이라는 뜻의 멘탈붕괴의 줄임말)"이라며 놀렸다. 전준우가 1루에서 상대 투수에 견제사를 당한 적이 있었다. 당시 전준우는 억울한 마음에 심판진에 항의했다. 그러자 다음날 양 감독은 "어이 전준우. 아웃인데 왜 쓸데없이 항의를 해"라고 웃으면서 농담섞인 핀잔을 줬다. 정신차리라는 의미. 당황한 전준우는 "감독님 죄송합니다. 그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항상 "프로답지 않은 행동, 기본적인 플레이를 못하는 것은 그냥 보지 못한다"고 한다.
그가 간접적인 방식을 택하는 것은 홍성흔 조성환 김사율 등 베테랑들이 할 일을 남겨두기 위해서다. 일례로 최근 홍성흔은 '멘붕'을 일으킨 강민호와 심판콜에 너무나 민감한 반응을 보인 외국인 투수 유먼을 조용히 불러 애정어린 충고를 했다. 감독이 일일이 나서는 것보다, 베테랑들과 연결고리를 갖는 것이 좀 더 유기적인 팀 운영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테랑들에 대해서도 원칙은 똑같다. 양 감독은 "고참들도 원칙을 어기면 안된다. 자기 역할을 해야 베테랑"이라고 항상 강조한다. 사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감독으로서 해야 할 일. 하지만 실천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올 시즌 롯데의 변화는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극적인 기록의 변화는 그냥 되는 게 아니다. 팀 분위기가 유기적으로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올 시즌 변화된 롯데의 응집력과 조직력. 그 실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롯데 2011, 2012 시즌 비교 그래픽
2011=시즌=2012
2할8푼8리=팀타율=2할7푼3리
4.20=평균자책점=3.66
5.36=평균 득점=4.23
4.65=평균 실점=4.12
124개=병살타=58개(133게임 환산 98개)
106개=실책=50개(133게임 환산 85개)
34승34패=3점차 이내 승부결과=21승13패(133게임 환산 36승22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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