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명예를 포기했다. 모교를 위한 봉사라는 권유에 훅 넘어갔다.
막상 뛰어들고 보니 풀어야 할 난제가 첩첩산중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야구인생이 글 그래왔는걸. 일단 부딪혀보고 헤쳐나가는 수밖에.
추억의 야구스타 금광옥(56)이야기다. 그는 현재 진행중인 제67회 청룡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조선일보사·스포츠조선·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에서 야구팬들에게 가장 반가운 얼굴이다.
30년간의 프로 경력을 정리하고 모교 동산고 감독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중이다.
금 감독은 유명 야구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에서 만년 패전처리 투수 감사용(이범수 분)을 감싸주는 포수역을 맡았던 개그맨 이혁재의 모델이다. 영화 속에서는 조연이었지만 영화같은 야구인생에서는 주연이었다.
인천야구의 산증인인 그의 수식어에는 '격동', '파란만장'이란 단어가 늘 따라붙었다. 프로야구 원년 삼미의 창단 멤버로 시작해 청보, 태평양 등에서 1988년까지 선수로 활약했다. 이후 1991년 태평양의 코치로 지도자로 첫 발을 내디딘 금 감독은 현대에서 배터리코치로 지도자 생활 전성기를 누리다가 SK에서 코치와 기록원으로 프로생활 마지막을 장식했다.
입단하는 팀마다 해체와 창단의 굴곡진 역사 현장 중심에 서야 했다. 그래도 든든한 안방마님처럼 버텨왔다. 새출발에는 이골이 났다.
그런 그가 중대한 새출발을 선택한 것은 2011년 8월. 처음엔 교장선생님의 권유에 손사래를 쳤다. 뻔한 고교 감독 봉급도 그렇지만 프로에 대한 미련이 더 많았다.
하지만 "위기에 봉착한 동산고 야구의 전통을 다시 세우자. 모교를 위해 봉사해달라"는 말에 무너지고 말았다. 금 감독은 동산고 감독직을 수락하면서 조건을 내걸었다.
반토막 이하로 감소한 연봉을 보전해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임기 4년제를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학교 운동부 특성상 주변에서 워낙 흔들어대니 안정적으로 소신있게 일하고 싶었던 게다.
이 때부터 금 감독은 학교 졸업 이후 처음으로 아마추어판에 발을 내딛고 다시 '파란만장' 인생을 시작했다. 금 감독은 "막상 팀을 맡고 보니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심각성도 밖에서 들은 것보다 더 심했다"고 회상했다.
우선 학부모들과의 화합이 급선무였다. 야구부 학생들의 장학금에 대한 불합리한 배분 방식 등으로 인해 부모들간 오해와 반목이 쌓일대로 쌓여 있었다.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부임하자마자 학부모 전원을 모아놓고는 장학금 등 금전문제에 대한 객관적 기준 재설정과 함께 일단 감독을 전적으로 믿고 따라줄 것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학부모들을 달래놓고 한숨을 돌리는가 싶었는데 정작 팀이 처한 현실을 보니 눈앞이 캄캄했다.
동산중학교와 연습경기를 붙여봤는데 3경기 중 2패를 하더란다. 동산중이 인천지역 랭킹 1위라지만 고교 야구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1945년 야구부를 창단한 동산고는 6차례나 청룡기 우승을 한 전통의 명문이다. 정민태(넥센 코치), 송은범(SK), 류현진(한화) 등 유명 선수를 배출한 학교이기도 하다. 하지만 2005년 청룡기 우승 이후 학교 소개 프로필에는 이렇다 할 자랑거리가 없을 정도로 이름뿐인 명문이 돼 있었다.
금 감독은 이를 악물었다고 한다. "연습만이 살 길이다." 본격적으로 지휘봉을 잡은 작년 9월부터 올시즌을 시작하기 전 3월까지 고난의 연습경기 행군을 도입했다. 이른바 '앵벌이 연습경기'다.
근 5개월 동안 70여차례에 걸쳐 각종 연습경기를 했다. 고교-대학팀 가리지 않았다. 고교야구의 재정지원이 뻔하기 때문에 원정을 가면 버스 교통비로 1인당 1만원씩 갹출을 했다.
이마저도 학생들에게 부담이 될까봐 대부분 연습경기를 동산고로 유치했다. 이 때 금 감독의 마당발이 통했다. 연습 상대팀 후배 감독들을 어르고 달래면서 '립서비스' 하나로 돈 안들이고 연습경기를 치른 것이다.
금 감독은 "다른 곳은 몰라도 같은 지역의 인천고, 제물포고에 기죽는 팀이 되지 말자고 강조했다"면서 "거의 매일 연습경기를 하니 패배의식에 빠진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 6월 제63회 대구전국체전(10월) 지역예선에서 인천-제물포고를 제치고 우승, 인천대표가 됐다. 고교 주말리그 전반기에는 3승2패를, 후반기에는 1패 뒤 4연승을 하면서 청룡기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금 감독에게 이번 청룡기는 동산고 부임 이후 전국대회 데뷔전이다. 그런 그의 소망은 "승패를 떠나 상대가 어느 팀이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면 첫술에 배부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모교에 어떤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을까. "전국 4강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 하지만 성적만 좇을 게 아니라 나약해진 요즘 학생들의 근성과 인간 됨됨이부터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봉사하는 지도자로 새출발한 금 감독은 '기술의 야구'가 아니라 '사람의 야구'를 찾고 있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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