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에이스 윤석민이 부산 사직구장을 피해간다. '에이스'의 기를 살려주려는 선동열 감독의 배려 덕분이다.
선 감독은 25일 광주 넥센전을 앞두고 "윤석민의 등판일은 28일 광주 한화전"이라고 선언했다. 그간 선 감독은 윤석민의 후반기 첫 등판일에 대해 고민해왔다. 일단 전반기 막판 팔꿈치에 미세한 통증이 생긴데다 구위도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후반기 첫 경기인 지난 24일 선발로 윤석민이 아닌 서재응을 투입한 것도 크게는 이런 이유에서였다. 일정상 윤석민이 24일에 등판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경우 윤석민은 29일 광주 한화전에 또 나와야 한다. 좋지 않은 몸상태로 자칫 무리를 한다면 큰 부상이 우려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선 감독은 윤석민의 상태를 충분히 점검해본 뒤에 등판일을 결정하기로 했다.
24일에도 선 감독은 "일단 연습피칭을 한 뒤의 상태를 보고받은 후에 (등판일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윤석민은 24일에 70개의 불펜피칭을 했고, 하루 휴식을 취했다. 이윽고 선 감독은 25일에 이강철 투수코치와 상의를 했다. 이 코치는 선 감독에게 "윤석민의 팔꿈치 상태는 괜찮다. 멀쩡하다"고 보고했고, 선 감독은 잠시 고민한 뒤에 "그럼 28일에 내보냅시다"라고 결정했다.
24일 불펜투구에서 문제가 없었고, 다음날도 팔꿈치에 이상이 생기지 않았다면 26~7일 쯤에는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선 감독은 더 여유있게 등판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아무리 상태가 괜찮다고 해도 투구 이후의 팔꿈치 컨디션을 일단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2일에 통증완화 주사까지 맞았기 때문에 막상 공을 던질 때는 괜찮더라도 이후 근육에 과부하가 걸릴 수도 있다. 그래서 아예 이틀을 더 쉬게 한 뒤에 좋은 몸상태에서 마운드에 올린다는 것이 선 감독의 복안이다.
다른 하나는 '사직구장 징크스'를 피하게 해주려는 의도다. KIA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롯데와 부산 원정 3연전을 치른다. 그런데 만약 26~7일 경기에 윤석민이 나온다면 5일 로테이션에 따라 1일이나 2일 부산 롯데전에도 나와야 한다. 그러나 부산 사직구장은 윤석민에게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장소다. 2010년 조성환의 얼굴을 실수로 맞힌 이후 심한 마음고생을 한 뒤로는 사직구장 등판을 꺼렸다.
올해에도 6월 10일 롯데전에 등판했지만, 3이닝 6안타(1홈런) 5실점으로 부진했다. 어떤 투수든 경기를 치르기 까다로운 구장이나 상대가 있기 마련인데, 윤석민에게는 사직구장에서 만나는 롯데가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다. 컨디션과 구위가 좋은 상황이라도 그런 부담감이 큰데, 최근처럼 상태가 썩 좋지 않다면 정면승부보다는 피해가는 것도 방법이다. 선 감독의 결정도 이런 판단에서 내려진 것이다. 결국 윤석민이 28일에 나오면 자연스럽게 다음 등판은 8월 3일 잠실 두산전이 된다. 마침 윤석민은 올해 두산을 상대로 6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1.76으로 강했다. 여러모로 선 감독의 결정은 '일석이조'를 노린 한 수로 보인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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