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MBC '나는 가수다2'(이하 나가수2)는 방송 시작과 동시에 오프닝 없이 국가스텐의 공연을 1분 30초 갸량 내보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인 탓에 방송사고가 아니냐는 얘기가 분분했다. 하지만 이 오프닝 무대는 화면 구성과 자막 등이 4분 20초 길이의 본 경연과는 달랐다. 방송사고가 아니라 제작진의 의도된 전략이자 편집의 묘수였던 것이다. 이날 펼쳐진 '7월의 가수전'의 우승자는 국카스텐이 아니라 이은미였다. 그럼에도 국카스텐이 오프닝을 장식했다는 건, '나가수2'의 인기와 화제몰이에 있어서 국카스텐이 그만큼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6월부터 '나가수2'에 출연한 국카스텐은 첫 경연에서 쟁쟁한 선배 가수들을 누르고 1위를 거머쥐며 파란을 일으켰다. '나가수2'에선 좀처럼 먹히지 않았던 록밴드, 더구나 대중들에게 낯선 인디밴드가 말이다. 국카스텐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고 SNS를 도배했다. 경연곡은 실시간 음원 차트를 휩쓸었고, 보컬 하현우가 고등학교 시절 불렀다는 '쉬즈 곤(She's Gone)' 음원까지도 화제에 올랐다. "물건 하나 건졌다"는 현장 MC 박명수의 말대로 스타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시즌2 출범 후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나가수2'에게도 새로운 돌파구가 됐다.
'나가수2'의 보배이자 자랑으로 자리잡은 국카스텐처럼, 인디밴드들이 경연 프로그램에 진출해 서로 윈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KBS2 '불후의 명곡2'(이하 불후2)도 아이돌 중심의 구성에서 탈피해 인디밴드들을 적극 끌어안으면서 새로운 활력을 얻었다.
지난 1월 송창식 편에 첫 출연한 노브레인은 이미자 편, 김건모 편, 윤수일 편, 윤향기-윤복희 편 등에서 신나는 로큰롤 무대를 선보이며 16년차 밴드의 저력을 보여줬다. 비교적 잘 알려진 팀이긴 하지만, 활동 방식이나 음악적 성향 면에선 아이돌 중심의 가요계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이후 6월엔 9인조 스카밴드 킹스턴 루디스카가 출연해 신선한 충격을 던졌고, 한국의 대표 레게밴드라 불리는 윈디시티도 8월 초 첫 선을 보인다. 대중적 인지도는 비교적 낮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실력파 밴드들의 잇따른 출격은 '불후2'의 무대만이 갖고 있는 미덕과 장점을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불후2'의 고민구 PD는 "대중에게 덜 알려진 뮤지션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에 방송 초기부터 인디밴드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인디밴드들의 방송활동은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심야 음악 프로그램에 한정된 편이었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불후2'와 궁합이 꽤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후2'는 지난 해 출범 당시 아이돌 중심의 멤버 구성으로 '아이돌 버전 나가수'란 얘기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실력 있는 아이돌에 대한 재조명으로 호평받았고, 나아가 인디밴드들의 출연으로 '무대의 품격'이 또 한번 업그레이드됐다. 고민구 PD는 "인디밴드들의 음악적 고집과 자부심이 대단하지만 프로그램의 색깔에 맞게 편곡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며 "아이돌, 인디밴드, 힙합, 뮤지컬 등 다양한 뮤지션들로 구성되면서 경연이 더욱 다채로워졌다"고 전했다.
실력과 열정은 있지만 자금력과 홍보력이 부족했던 인디밴드들도 경연 프로그램 출연 덕분에 음악활동에 필요한 대중적 지지도를 얻었다. 국카스텐은 '나가수2'의 출연 직후 디지털 싱글을 발표했고, 각종 공연의 출연료도 10배 가까이 수직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후2'의 인디밴드들도 음원 순위나 공연 매출 등에서 이전보다 좋은 성과를 얻었다.
경연 포로그램 출연은 인디밴드들에게 음악 활동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고민구 PD는 "노브레인과 박재범은 방송 이후로도 각별한 친분을 나누고 있고, 전설로 초대된 선배가수들과 후배가수들의 음악적 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인디밴드들의 신선한 음악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경연 프로그램에 활력소로 떠오르고 있다. 양자의 윈윈 관계가 긍정적 효과를 낳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인디밴드의 예능 진출은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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