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번이 마지막 기회에요."
지난 26일 잠실구장에서 불펜피칭을 마친 이승우가 '보안'을 전제로 조용히 속삭였다. 이틀 뒤 선발등판이 예정됐다는 것이었다. 지난달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4이닝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뒤 다시 잡은 기회였다.
이승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8일 인천 SK전에서 5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비록 팀이 8회말 통한의 결승점을 내주며 0대1로 패배했지만, 이승우로 인해 향후 선발진 운용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특히 투구수가 86개에 불과할 정도로 효율적인 피칭이었다. 피안타 2개, 볼넷 1개만을 허용했고, 반대로 삼진은 9개나 잡아냈다. 개인 통산 한경기 최다 탈삼진이었다. 130㎞대 후반의 직구는 제구가 완벽했다. 스트라이크존 구석, 특히 타자 바깥쪽으로 들어가는 공이 완벽했다.
2회부터 3회 2사까지는 투심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상대 타자에 따라 적재적소에 구사하며 다섯 타자 연속 탈삼진을 잡아내기도 했다. 4회 시작과 동시에 사구와 볼넷으로 무사 1,2루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다음 세 타자를 모두 범타로 잡아내는 위기관리능력도 보였다. 평소 주자가 모였을 때 흔들리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승우는 올시즌 LG 선발진에 새로 등장한 왼손투수다. 개막 두번째 경기 깜짝 선발을 시작으로 호투를 이어가며, 표적선발에서 당당히 선발 한자리를 꿰찼다. 유독 승운이 없었지만 지난달 13일 잠실 SK전에서 승리투수가 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입단 후 6년, 총 16경기 만에 승리의 환희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대전 원정 도중 충격적인 2군행 통보를 받았다. 4이닝 3실점하며 5회도 채우지 못한 그날 경기 후 차명석 코치에게 "잠시 쉬어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첫 승을 거둔 뒤 정확히 일주일 만이었다.
이승우를 포함한 주전급 선수 4명의 2군행. 일종의 충격요법이었다. 이승우는 경기가 끝난 늦은 밤, 조용히 짐을 싸 상경했다. 첫 승의 기분에 취해 다음 등판에서 제 몫을 못했다고 자책했다. 그렇게 이승우는 다음날 오전 구리에서 뜨거운 햇살을 맞아야만 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2군 낮경기의 폭염이었다.
이승우는 지난 5일 다시 1군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선발 자리는 없었다. 14일 잠실 넥센전에서 한차례 선발로 예고됐지만, 비로 취소되면서 계속 불펜에 머물러야만 했다. 장마가 겹치면서 LG는 1,2,3선발인 주키치-리즈-김광삼으로 선발진을 운영했다. 그 속에 신인이나 다름없던, 검증되지 않은 이승우의 자리는 없었다.
생소한 중간계투 보직은 이승우에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1군으로 돌아온 뒤 불펜에서 총 3경기에 나와 3⅓이닝 7실점으로 부진했다.
특히 LG에게 매우 중요했던 후반기 첫 경기, 24일 잠실 두산전에선 선발 리즈가 무너진 5회말 2사 1,2루 위기에 등판해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 1점차 박빙의 상황.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됐지만, 이승우는 연속 안타와 홈런까지 맞으며 순식간에 5점을 내줬다. 경기 후 이승우는 "팀 승리를 지켜내지 못한 건 다 내 잘못이다.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아내면 됐는데…"라며 고개를 숙였다.
역시 중간계투보다는 선발이 이승우에게 맞는 옷이었다. 김기태 감독과 차명석 투수코치는 고심 끝에 이승우를 다시 선발 로테이션에 넣었다. 같은 왼손투수인 신인 최성훈과 마지막까지 경쟁을 펼쳤지만, 일단 이승우를 선택했다. 나머지 한 자리는 2군에서 때를 기다리던 좌완 신재웅에게 줬다.
다시 선발로 돌아온 이승우는 "확실히 선발투수가 마음이 편한 것 같다. 주자가 쌓인 상황에서 등판하니 숨이 턱턱 막혔다. 앞으로 불펜투수에게 힘겨운 상황을 만들어주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말했다.
차 코치는 이승우에게 선발 등판 이야기를 하면서 "너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라고 짧게 말했다. 한차례 중간계투 경험을 하고 나서 였을까. 아니면 차 코치의 엄포 때문이었을까. 이승우는 당당히 자신이 올시즌 LG의 신데렐라가 맞다는 걸 증명했다. 130㎞대의 춤추는 느린 직구, 올시즌 LG의 히트 상품인 건 확실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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