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책 65개, 잔루 672개.
30일 현재 LG가 1위에 올라있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이다. 팀 타율이 아무리 높아도, 또는 출루율이 높다 하더라도 홈플레이트를 밟지 못한다면 헛심만 쓴 꼴이 된다. 그리고 수비는 물론 주루플레이에서 나오는 실수는 당장의 승패는 물론, 팀 분위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29일 인천 SK전이 그랬다. 4시간42분 연장 12회 접전 끝에 5대5 무승부. 이길 수 있는 찬스가 없던 것도 아니다. 잔루는 무려 9개. 경기 초반부터 유독 잔루가 많았다. 2회 연속안타로 만든 무사 1,3루, 6회 상대실책으로 만든 1사 1,2루. 그리고 8회 동점을 만든 뒤 맞은 무사 1,2루 찬스. 모두 놓쳤다. 연장에서도 매이닝 찬스는 있었다. 상대가 계속해서 헛점을 보이며 실수를 연발했지만, 득점은 없었다.
단순한 잔루도 아니다. 내용은 최악이었다. 5-5 동점이 된 8회초부터 '기본을 잊은' 플레이가 속출했다. 대타 정의윤의 극적인 투런홈런과 최동수의 적시타로 만든 동점 상황, 계속해서 무사 1,2루 찬스가 이어졌다. 타석엔 윤요섭. 한방이 있는 타자지만, 일단 1점이 먼저였다. 번트 사인이 나왔다. 하지만 윤요섭의 번트 타구는 정확히 투수 정면으로 향했다. 1-5-4(투수-3루수-2루수)로 향하는 병살타. 순식간에 2사 2루가 되며 대역전극의 꿈은 물건너갔다.
번트는 투수의 공에 배트를 대 맞히는 게 전부가 아니다. 맞는 부위와 각도, 임팩트 순간의 힘을 조절해 타구를 상대 야수들이 잡기 힘든 곳으로 보내는 게 기본이다. 야수 정면으로 타구를 보내는 건 자살행위다.
10회에도 역시 상대실책으로 1사 3루 찬스를 만들었지만, 경기를 끝내지 못했다. 경험이 부족한 신예 최영진을 대신해 서동욱을 대타로 내보냈지만, 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4구째엔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으나 파울라인 바깥으로 멀리 벗어났다. 6회말 SK가 정상호의 스퀴즈 번트로 3점차로 달아난 것과 대조적인 장면이었다. 정상호는 작전수행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지만, 벤치의 사인에 따라 정확히 1루 앞 깊숙한 곳으로 타구를 굴렸다.
11회에도 선두타자 윤요섭의 내야안타로 찬스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대형의 번트 타구는 높이 떠 투수 최영필의 글러브에 쏙 들어갔다. 이어진 2사 1루서 윤요섭은 최영필의 퀵모션(슬라이드 스텝)을 피해 2루 도루를 성공하나 싶었지만 정작 투구 순간 멈칫 하다 2루는 가보지도 못하고 협살에 걸려 죽었다.
12회에도 최영필의 실책이 나와 1사 3루 찬스를 맞았다. 하지만 12회에도 어김없이 홈플레이트까지의 27.4m의 거리는 마치 27.4㎞처럼 길었다.
스프링캠프 때 LG 김기태 감독은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를 강조했다. 그리고 여기서 상대의 한 베이스를 막고, 공격 때 한 베이스를 더 가는 플레이를 모토로 집중 훈련을 소화했다. 시즌 초반, 훈련의 성과는 분명 있었다. 단시간 내에 기본기가 향상된 모습을 보여줬다. 매년 듣는 소리였지만, '이번엔 다르다' 소리를 들을 만도 했다.
하지만 이젠 지난 겨울의 땀방울은 모두 잊은 듯 하다. 일부 선수들은 벤치의 사인 대신 스스로의 판단대로 움직이는 일이 많아졌다. 그런데 정작 승리를 위한 결정적인 작전, 그것도 기본적인 번트 하나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올시즌 만이 문제가 아니다. 장기간의 리빌딩을 포석에 둔 LG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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