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실체는 없이 아무개의 아내라는 타이틀로 방송에 출연하는 건 아무래도 어색해요."
이윤진(29)은 배우 이범수의 아내이기에 앞서 국제회의 통역사 겸 영어 전문가다. 영어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며 관련 저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아나운서 출신으로 연예인 못지 않은 뛰어난 미모와 함께 가수 비의 할리우드 진출을 도운 영어 선생님으로도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연기파 배우인 남편의 유명세로 인해 결혼 후 그의 이름 앞엔 '이범수의 아내'라는 수식어가 가장 먼저 따라 다녔다. 그럼에도 그는 늘 프로 의식을 잃지 않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는 전공을 살려 SBS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서 진행하는 100일간의 장기 프로젝트인 '불굴의 영어킹'에 멘토로 참여해 최근 마지막 녹화를 마쳤다. 그 사이 영어 관련 책까지 썼다. 작품 활동하는 남편을 내조하고 육아로도 바쁘고 힘들 시간을 그는 알차고 보람있게 보냈다. "저는 키워드 학습법을 도입했어요. 정지훈(가수 비)씨를 가르쳤을 때도 적용했던 방법이에요. 과거 제가 아나운서 시험을 봤을 때 돌발 질문을 받고 긴장을 하니 머릿속이 하얘지는 걸 경험했어요. 보통 인터뷰를 할 때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오가잖아요. 그런데 대부분 문장만 조금씩 다를 뿐 키워드는 똑 같다는 것에 착안했죠. 예상 키워드를 뽑아서 미리 준비를 해두면 덜 당황하고 영어로 대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자신이 가르쳤던 마술사 유호진씨와 고교생 박한아 양의 변화된 모습도 소개했다. "영어를 못해 해외 공연 기회를 자주 놓쳤던 유호진씨는 지난 주 열린 FISM(세계마술올림픽)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돌아왔어요. 또 편지 한 장만 남기고 필리핀으로 떠난 아버지를 찾고자 했던 박한아 양은 영어로 아버지를 찾는 내용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후 아버지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았대요." 그의 얼굴에서는 뿌듯함이 묻어났다.
'불굴의 영어킹'에 참여하는 동안 그는 영어로 태교하는 법을 소개한 책과 키워드 학습법을 이용한 오픽 수험서를 저술했다. 그는 "남편이 내가 일 하는 것을 적극 장려한다. '결혼했다고 아까운 재능을 썩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해준다"면서 "그런데 머리만 아프로 돈은 안 된다. 남편이 부러울 때가 많다"며 웃었다.
그는 최근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 6월 29일 가방 브랜드 '비엘타'를 론칭하고 사업가로서도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뜬근없이 시작한 일은 아니에요.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어머니께서 예전부터 직접 가방을 만드셨어요. 소규모 쇼룸을 통해 조금씩 제품이 알려지기 시작했죠. 마침 결혼 후 남편도 관심을 가져줘 론칭을 해보자 한 거에요.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정려원씨가 가방을 많이 들어줬어요.(웃음)"
이윤진은 이범수와 함께 특별한 기부를 계획하고 있다. "남편이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교수로 임용돼 지난 학기부터 강의를 시작했어요. 드라마 '닥터 진'을 찍으면서도 강의를 나갔어요. 부득이 빠지면 보충 강의를 해서라도 책임을 다하려고 했어요. '기적의 오디션' 때도 그랬지만 남편은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려는 성격이에요. 저도 비슷해요. 남편은 연기로, 저는 영어로, 주변에 혜택받지 못한 친구들에게 재능기부를 하는 방안을 찾고 있어요. '닥터 진' 끝나고 제대로 한 번 고민해보자고 약속했어요."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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