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더 다정하게 부르자면 스파이디가 다시 돌아왔다. 그것도 브랜드 뉴 버전으로. 아이맥스로 본 스파이더맨의 공중 비행은 확실히 더 짜릿했다. 2012년의 스파이디는 여전히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넉넉하게 살고 있지는 않지만, 마냥 의기소침하거나 소심하지는 않다. 오히려 잘 욱하기도 하고, 상대가 누가 되었든 간에 할 말은 똑바로 할 줄 알고, 너무 착해서 1편부터 그럴 거라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삼촌에게 성질도 제대로 부리는 사춘기 소년이다.
전반적인 스토리 라인은 <스파이더맨> 1편과 거의 똑같다. 다만 몇몇 다른 설정들은 있다. 가장 또렷하게 보이는 건 닮은 듯 다른 피터 파커(앤드류 가필드)의 성격도 그렇지만, 러브 라인의 상대가 메리 제인 왓슨이 아닌 그웬 스테이시(엠마 왓슨)인 것과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을 기계 장치 -웹 슈터- 를 이용해서 발사한다는 것. 거미줄을 쏘는 스타일은 토비 맥과이어가 훨씬 멋지다고 생각했으나, 원래 원작에서의 설정이 이렇다는 말을 듣고 바로 수긍했다. 물론, 안 그래도 초능력이나 슈퍼 캐쉬를 보유한 다른 슈퍼 히어로들에 비해 왜소해보이는데 이런 기계로 한계성을 두니 조금 안타깝기는 했지만 말이다.
영화 자체는 뭐 그럭저럭. 시리즈의 리부트이니 얼마나 새롭게 바뀔지 기대했는데, 정작 보니 이미 다 알고 있는 스토리를 잘 요약해 놓은 걸 보는 느낌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몇몇 다른 설정들 말고는 크게 확 바귄 것 같은 부분도 없고. 아쉬웠던 건 그웬이 피터에게 꽂히게 되는 과정 정도였다. 앤드류 가필드 비주얼인데 안 반하고 버틸 수 있겠냐는 논리였다면 할 말이 없지만 말이다(..) -만약 그런 논리라면 애초에 저 비주얼에 학교에서 블링블링하게 돋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말이 안되는 셈. 그냥 웃자고 하는 뻘소리다. 허허허-
무튼 <스파이더맨>에서는 메리 제인이 왜 피터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설득력을 얹어주는 부분들이 있는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멜로를 예쁘게 그리고는 있지만 그 시작이 조금 아쉬웠던 것 같다. 그래도 자신이 어느 날 갑자기 얻게 된 그 힘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던 건 좋았다.
내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기다렸던 이유에는 주연 배우인 앤드류 가필드보다 메가폰을 잡은 감독 마크 웹의 지분이 더 컸다. 이 감독님의 전작 <500일의 썸머>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많지는 않았지만 영화 곳곳에서 <500일의 썸머> 느낌이 물씬 나는 몇몇 장면들이 참 귀여우면서도 보기 좋았다. 사실 이 감독님의 필모는 정말 짧아서 이런 큰 프로젝트, 그것도 슈퍼히어로 액션 영화가 어울릴까 싶었는데 걱정했던 것보다 또 잘 어울려서 흐뭇하기도 했다.
후속편이 기획되어 개봉된다면 별로 고민 없이 보러가게 되겠지만, 만에 하나 그 후속편이 아찔하게 재미있지 않은 이상에야 -예를 들자면 <배트맨 비긴즈> 이후의 <다크 나이트>같이- 마음 속 우선순위는 <스파이더맨>이 여전히 막강한 1위일 듯 싶다. 2, 3편으로 갈수록 정말 아쉽다 못해 안타까워졌지만 처음이라서 유독 더 인상적이고 좋었던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디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서 말이다. <토오루 객원기자, 토오루(http://jolacandy.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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