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 순정 아닙니까."
7일 한화 박찬호가 선발 등판한 대전구장에 특별한 손님이 왔다.
트로트 가수 서진필이다. 서진필은 야구계 최고 응원곡 '사나이 순정'의 주인공이다.
박찬호에게는 의형제의 인연을 맺은 때문에 특별하게 '박찬호 순정'이란 응원곡을 헌정했다.
그런 그가 박찬호의 초대를 받고 대전구장 나들이를 하게 됐다. 으례적으로 단순한 유명인사의 시구가 아니다.
나름대로 온갖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성사된 '특별 이벤트'였다. 당초 서진필은 지난달 19일 대전구장에서 시구를 하려고 했다.
당연히 초청자는 박찬호였으니 박찬호가 등판하는 날이었다. 박찬호는 서진필의 노래를 들으면 왠지 모를 힘이 나기 때문에 반드시 와서 힘을 실어달라며 '형님' 서진필에게 시구를 요청했다.
하지만 서진필은 눈물을 무릅쓰고 '형님 노릇'을 사양했다. 천하의 박찬호가 한 부탁도 거절할 수밖에 없는 말못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화의 상대팀이 삼성이라는 게 문제였다. 서진필은 대구 출신 '경상도 사나이'다. 지난해 '사나이 순정'이란 데뷔곡이 응원가로 히트를 쳤을 때 삼성과 KIA에서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야구팬들은 서진필의 고향 때문에 서진필을 당연히 '삼성팬'이라고 생각했다. 이게 화근이었다. 20년지기 친구 이종범과의 인연 때문에 KIA의 홈경기때 시구자로 나선 적이 있었다.
KIA의 상대팀은 삼성이었다. KIA의 시구자로 나섰으니 형식적인 인삿말으로라도 KIA의 파이팅을 외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서진필은 '삼성팬'이 아니라 공인이자 가수로서 시구 행사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들의 정서는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대구사람이 어디 감히 삼성이 출전하는 경기의 상대팀을 응원하느냐"며 인터넷 댓글을 통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서진필은 "그때 집중포화를 맞은 걸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픈 추억을 품고 있는 그였으니 박찬호의 부탁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게다.
서진필은 "찬호야, 하필 삼성과의 경기냐. 나를 좀 살려주라. 삼성과의 경기만 아니면 언제든지 달려갈테니 다음을 기약하자"며 눈물을 머금고 손사래를 쳤다. 그래서 서진필의 첫 번째 대전구장 나들이는 무산됐다.
박찬호는 7월 26일을 다시 기약했다. 상대팀이 롯데였으니 걱정할 것도 없었다. 박찬호는 올스타전(7월 21일) 브레이크를 끝내고 이날 등판이 예정돼 있었다. 서진필도 흔쾌히 승낙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박찬호는 올스타전을 치르기 전날 허리 부상을 한 바람에 올스타전에 참가도 하지 못했다. 당연히 26일 롯데전 등판도 연기됐고 서진필의 시구도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다.
이후 박찬호는 지난 1일 LG전에서 13일 만에 선발 등판해 시즌 5승째(5패)를 챙겼다. 자신의 응원가 '박찬호 순정' 덕분에 힘이 난다고 믿는 박찬호는 곧바로 서진필을 시구자로 다시 초청했다.
그래서 '삼 세 번'만에 7일 두산전에서 서진필의 시구솜씨를 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야구판에서 워낙 유명인사인 까닭에 걱정이 없지는 않았다.
서진필은 "상대팀이 두산인 것도 걱정이다. 두산의 이혜천도 최근에 '사나이 순정'을 자신의 응원가로 쓰기 시작했는데 한화의 시구자로 나서면 이혜천이 눈에 밟힐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도 박찬호와의 인연이 더 소중하단다. 프로야구 시구 사상 처음으로 선발 투수(박찬호)와 포옹을 하는 깜짝 이벤트를 준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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