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8개 구단이 서서히 막판스퍼트에 돌입하는 시점이 됐다. 40경기 남짓의 잔여경기 일정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각 팀들의 운명이 달라진다. 구단들은 이 시기에 최대한 팀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살려 경쟁력을 갖추려는 데 집중하게 마련이다. 11일 현재 4위 자리를 간신히 지키고 있는 KIA 역시 마찬가지다. 선동열 KIA 감독이 현 시점에 바라는 가장 시급한 보완점은 바로 불펜 강화다. 그런데 이 목표가 잡힐 듯 잡히지 않아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선 감독은 지난 8일 우완 정통파 한기주와 사이드암스로 손영민을 1군으로 불러올렸다. 두 선수가 2군에서 보낸 시간은 각각 50일과 100일에서 딱 4일 부족했다. 그만큼 긴 시간 2군에서 구위를 가다듬은 이들을 부른 선 감독의 의도는 명확하다. 현재 크게 약해진 불펜의 힘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KIA는 시즌 후반기가 막을 연 이후 8개 구단에서 가장 강력한 선발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IA에 버금갈 만한 팀은 두산이 유일하다. 앤서니-윤석민-소사-서재응-김진우로 이어지는 다섯 명의 선발투수들은 후반기 15경기에서 무려 13번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해냈다. 선발이 일단 나갔다하면 최소 6이닝 이상은 버텨준다는 것은 팀에게 커다란 축복이자 힘이다. 불펜의 전력이 절약되는 것은 당연하고, 야수들 역시 마운드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기 때문에 수비와 공격에서의 집중력도 강화될 수 있다.
게다가 요즘 KIA는 고질적인 득점력 저하 문제도 어느정도 해결되고 있다. 일단 톱타자 이용규가 살아난데다 박기남이나 차일목 김주형 등 기대치 않았던 선수들이 좋은 타격을 보여준 덕분이다.
팀의 최근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서 선 감독의 눈은 한참 전부터 '불펜'에 꽂혀 있었다. 팀 전력의 다른 여러 요소들이 상승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불펜만 안정된다면 지금보다는 한층 더 수월하게 시즌 막판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선 감독은 최근 부쩍 "이제 불펜만 좀 안정적으로 돌아가면 금상첨화인데, 불펜이 너무 약해서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전반기에 필승조 역할을 했던 신인 박지훈이 지난 1일자로 2군에 내려가면서 필승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유동훈이 혼자 필승조에서 버티기에는 체력적으로 부담이 된다. 그렇다고 최향남을 일찍 등판시키기도 힘들다. 때문에 경기 후반 마무리에게 리드 상황을 이어주는 앵커 역할의 투수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 역할을 선 감독은 한기주와 손영민에게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선 감독의 바람이 이뤄지기에는 아직 더 기다림이 필요할 것 같다. 손영민은 나름 합격점을 받았는데, 한기주는 아직도 제자리라는 게 선 감독의 판단이다. 선 감독은 손영민에 대해서는 "2군에서 많은 훈련량을 소화한 덕분에 좋은 몸상태를 만들어왔다. 직구구속이 140㎞대 중반까지는 나올 것 같다"며 필승조로서의 역할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기주는 아직 선 감독의 기준선을 넘지 못했다. 무엇보다 구속이 여전히 140㎞초반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선 감독은 "한기주가 필승조 혹은 마무리로 제 몫을 하려면 적어도 구속이 140㎞ 중반 이상은 나와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나 11일 광주 롯데전에서 1군 복귀 후 첫 등판한 한기주는 이 기준을 넘지 못했다. 이날 한기주는 1⅓이닝 1안타 1사구로 무실점을 기록했다. 내용은 좋았는데, 문제는 직구 최고구속이 141㎞에 그쳤다. 결국 한기주가 구속을 끌어올려야만 팀의 필승조에 살아남을 전망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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