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의 조건은 실력 뿐일까. 팀을 위한 헌신과 책임감이 보태져야 진짜 에이스다.
뉴욕 양키스 좌완 C.C.사바시아(12-3, 3.56)가 에이스 다운 책임감과 집념을 보이고 있다. 팔꿈치 뒷쪽 근육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는 그는 자신의 복귀 날짜를 콕 집어 지정했다. 8월25일(이하 한국시간)이다. 사바시아는 13일 ESPN 등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8월25일이 바로 내가 피칭을 재개할 날"이라고 아예 못 박았다. 부상 복귀 시점에 대해 통상 당사자들은 "'아마', '희망적으로', '(재활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이란 불확정 표현들을 쓰기 마련. 하지만 양키스 에이스는 공백 기간이 2주가 넘지 않을 것임을 확신했다. 에이스로서의 책임감이자 조기 복귀 의지가 스며있는 발언이다.
사실 사바시아에게 이번 부상은 제법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불청객이다. 스스로 "메이저리그 12시즌만에 처음 느끼는 팔 통증"이라 밝힌 터. 지난 4일 시애틀 전 등판 다음날 잠에서 깬 뒤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퉁퉁 불어오른 왼팔은 들어올리기조차 힘들었다. 손으로 어깨를 짚을 수 없을 만큼 심각했다. 사바시아 스스로 "긴장되는 순간이었다"고 고백했을 정도. 그럼에도 불구, 사바시아는 그 사실을 팀에 알리지 않았다. 통증이 자연스레 없어졌으면 하는 희망이었다. 하지만 남편의 몸상태를 걱정한 사바시아의 아내가 양키스 트레이너 스티브 도노휴에게 전화를 걸면서 이 사실이 알려졌다. MRI를 찍었지만 이상 무. 9일 디트로이트전 선발등판이 허락됐다. 하지만 6⅓이닝, 투구수 94개 만에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사바시아의 팔꿈치 통증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하지만 DL행을 끝까지 거부했다. DL행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양키스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 조 지라디 감독과 논쟁을 벌였다. 결국, 단장과 감독이 이겼다. 사바시아는 원치 않는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사바시아는 "MRI 검사 결과가 이상이 없는 한 괜찮다. 팔에 구조적인 결함이 아니란 사실을 잘 안다. 어떤 투수나 어느 정도 통증을 안고 던진다"며 빠른 복귀에 대한 의욕을 불태웠다.
눈 앞의 순위 경쟁 속에서도 에이스 보호를 위해 애쓰는 프런트와 감독. 이에 반발하며 어떻게든 던지려는 에이스. '잘되는 집안'에서만 볼 수 있는 훈훈한 갈등이다. 통상 프로야구단의 선수와 구단, 감독들은 이와는 정 반대다. 선수는 아파서 못 뛰겠다고 하고, 구단과 감독은 '의학적 소견상 이상이 없는데도 왜 안뛰려하는지 모르겠다'며 선수를 비난하기 일쑤.
'만약 오늘이 10월의 플레이오프 게임이라면 등판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사바시아의 답변? "당연(Of course)하다." 그는 진정한 에이스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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