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사율이 좋지 않다. 지난 3일 부산 삼성전에서 입은 오른쪽 허벅지 근육통이 덧났다. 부상이 그리 심하진 않아 2~3일이면 복귀가 가능하긴 하다.
그래도 불안하다. 롯데 투수들 중 마무리 김사율 공백에 대한 최적의 대안은 누굴까.
정대현이다. 2001년 SK에서 데뷔한 그는 통산 99세이브를 기록했다. 2007년부터 2년간 연속 20세이브 이상을 달성했다. 게다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전 등 수많은 국내외 대회에서 위기관리능력을 과시했다. 마무리 능력은 충분히 있는 선수다.
하지만 롯데 양승호 감독은 정대현의 마무리 전환에 대해 망설인다. 왜 그럴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마무리보다 급한 롯데 마운드 운용의 포인트
정대현의 마무리 전환에 대해 망설이는 이유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보자. 복귀 후 정대현의 투입시기에 일단 증거들을 찾을 수 있다.
그는 지난 9일 LG전에 등판했다. 309일 만의 복귀 등판. 9회 승패의 부담없는 상황에서 투입됐다. 당연한 용병술이다. 데뷔전은 성공적이었다. 1이닝 무실점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정대현의 실전 컨디션을 확인한 뒤 기용방식에 초점을 맞춰보자. 12일 광주 KIA전. 정대현은 6회 투입됐다. 무사 2루의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그리고 이틀 지난 14일 SK전. 정대현은 또 다시 6회에 투입됐다. 이번에는 2사 만루 상황이었다.
두 차례 구원 등판의 공통점. 승부를 가르는 위기상황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정대현은 한 차례 성공하고, 한 차례 실패했다. 12일 KIA전에서는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고 1⅓이닝 무실점. 14일 SK전에서도 1⅔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막긴 했지만, 2사 만루 상황에서 최 정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다. 양 감독에게 위기상황에서 가장 믿을 만한 투수가 정대현이라는 점이다. 기량 뿐만 아니라 경험, 위기관리능력 등을 고려하면 그렇다. 물론 올 시즌 막강한 중간계투진을 자랑하는 롯데에는 김사율을 비롯, 최대성 김성배 등 좋은 중간계투진이 많다. 이들은 모두 1이닝씩을 무사히 막을 수 있는 경기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위기상황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무실점으로 무사히 넘어가기에 김성배와 최대성은 경험적 측면에서 떨어진다. 안정감의 측면에서도 차이가 난다.
물론 양 감독은 "부상에서 막 회복한 정대현에게 마무리의 중책을 맡기는 것은 너무 부담스러울 것이다. 혹시 부상이 덧나기라도 한다면 안된다"고 했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위기상황에서 부담감은 평온한 마무리 상황보다 더 심할 수 있다. 안정적인 중간계투진을 구축하고 있는 롯데로서는 선발에서 구원으로 이어지는 위기상황이 가장 큰 고민이다. 경기 막판 주자없는 상황에서 1이닝을 막을 수 있는 선수는 많기 때문. 정대현의 마무리 전환을 망설이는 속사정이 여기에 숨어있다.
마무리의 불충분 조건
양 감독은 14일 "김사율은 3일 정도 휴식을 취하면 부상에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정대현이 김사율과 함께 더블 스토퍼로 나서기 위해서는 한계투구수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현재 정대현의 한계투구수는 20개 안팎이다. 9일 9개를 던진 그는 12일 22개를 던진 뒤 14일 22개를 던졌다. 점점 늘려가고 있는 상황.
양 감독은 "현재 20개 정도의 투구수를 30개 정도로 늘리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다. 팀의 마무리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뒤를 받치는 믿을만한 투수가 없다는 의미. 위기상황을 끝까지 해결하고 나와야 한다는 뜻. 마무리로 전환할 경우 한계투구수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크다.
한계투구수에 달했을 때도 마운드에서 내려올 수 없다. 그렇다보면 회복한 부상부위가 잘못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양 감독이 정대현의 마무리 전환을 망설이는 또 다른 이유. 시간이 필요한 문제다.
이같은 상황때문에 정대현의 마무리 전환은 늦어지고 있다. 선발이 불안한 가운데 중간계투진이 튼실한 롯데의 입장에서는 마무리보다 오히려 경기 중반 승부처에서 정대현이 해결사 역할을 하는 게 효용성이 더 클 수 있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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