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기태 감독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곤 한다. 15일까지 96경기를 치른 LG의 성적은 40승3무53패. 승률은 4할3푼이다. 가을잔치 초대의 마지노선을 낮춰 잡아 5할로 본다 해도 회복하기 어려운 수치다.
그래도 김 감독은 '포기'라는 단어를 거부한다. 사령탑이 섣불리 포기한다는 인식을 줘서는 선수단 사기에 좋은 영향을 끼칠 리 없다. 이 과정에서 가장 속이 타들어가는 사람은 감독이다.
리빌딩, 비아냥 거릴 소재 아니다
그간 수많은 LG 사령탑들이 시즌 말미에 성적을 포기하고 "리빌딩에 들어간다"고 말했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하지만 올해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다. 설령 '매년 리빌딩이냐'는 비아냥을 들을 지언정 10년을 잃어버린 LG에게 리빌딩은 필수불가결한 개념이다.
어쨌든 지난 수년간과는 다른 행보가 보이는 건 확실하다. 시즌 시작 전부터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마운드는 잇따른 깜짝 선발의 등장으로 메워왔다. 왼손 새 얼굴 이승우 최성훈 신재웅의 등장, 그리고 경찰청 시절 선발로 던졌던 사이드암 우규민의 선발 가능성, 2년차 우완 임정우 임찬규 등이 미래를 대비할 카드로 떠올랐다.
새 얼굴의 등장은 반갑다. 이들이 모두 팀의 선발투수로 자리잡는 건 힘들겠지만, 자원이 많이 생겼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인 변화다. 이제 가능성을 보인 이들을 잘 키워 확실한 '1군 투수'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걸림돌이 있다. 바로 불안정한 포수진이다. 투수들을 제대로 키워내기 위해선 경험 많은 베테랑 포수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신인 좌완투수 최성훈이 그 예를 정확히 보여줬다.
LG 왼손투수 최성훈(오른쪽)은 신인임에도 배짱있는 투구가 장점이었다. 하지만 이는 긴장을 최소화시켜주는 베테랑 포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한화 류현진과 상대해 데뷔 첫 선발승을 거뒀던 지난 5월2일 잠실 한화전서 포수 심광호와 하이파이브하는 최성훈.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2.05.02/
최성훈 케이스, 안정된 포수의 중요성을 보여주다
비로 노게임이 선언된 지난 14일 잠실 KIA전에 선발등판한 최성훈은 2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투구수는 62개에 이르렀고, 4피안타 5볼넷을 허용할 정도로 불안한 모습이었다.
경희대를 졸업하고 2012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6순위로 입단한 최성훈은 올시즌 LG 신인 중 1군에서 제대로 활약한 유일한 선수다. 26경기서 3승4패 2홀드 평균자책점 3.96. 아직 확실한 자리가 없어 선발과 불펜을 오갔지만, 선발로 나섰을 때 분명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 선발로 5경기에 나서 2승2패 평균자책점 3.42를, 불펜에서는 1승2패 2홀드 평균자책점 4.56을 기록했다.
최성훈은 선발등판한 5경기 중 3경기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 2명과 맞붙었다. '괴물' 류현진을 상대로 데뷔 첫 선발등판이었던 5월2일 잠실 한화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승리를 거두며 이름을 알렸다. 6월14일 잠실 SK전에서는 김광현을 상대로 5⅓이닝 2실점 호투했으나 타선이 무득점하며 패배. 하지만 7월1일 인천 SK전에서 또다시 김광현을 만나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설욕에 성공했다.
이처럼 최성훈은 류현진과 김광현 앞에서도 주눅드는 법이 없었다. 특히 신인답지 않은 배짱투가 돋보였다. 130㎞대 후반의 직구를 원하는 곳에 꽂아넣는 제구력이 돋보였다. 도망가는 피칭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44일만에 선발등판한 14일 경기서는 완전히 다른 투수였다. 공은 자꾸만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벗어났다. 그동안 5이닝에서 6이닝을 소화했던 이전 선발등판 때도 볼넷은 2개~4개였다. 하지만 이날은 전형적인 '볼-볼-볼' 투수였다. 당당함 대신 어떻게든 맞지 않고 피하려는 모습만 남아있었다.
최근 LG는 조윤준-윤요섭을 주전포수로 기용하며 포수 육성에 나섰다. 아직은 기본적인 캐칭부터, 미트질, 투수 리드 모두에서 미흡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탓에 마운드에 있는 투수를 챙길 틈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날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윤요섭 역시 아직 포수로서는 미완성이다.
최성훈은 앞서 선발등판한 5경기 중 3경기에서 베테랑 심광호와 호흡을 맞췄다. 도루저지능력이 떨어지긴 해도 심광호는 과거부터 투수를 차분하게 이끌어가는 능력만큼은 제대로 인정받았던 베테랑 포수다. 다음 2경기는 김태군이었다.
최성훈의 부진을 100% 포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신인급 선수들에게 안정감 있는 포수가 앉아있는 것과 아닌 상황의 차이는 너무나 크다. 포수는 때론 '엄마' 같이 투수를 감쌀 수 있어야 한다. 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하는 신인 투수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자기 공을 던지게 하는 것 역시 포수의 몫이다.
LG의 리빌딩, 포수 육성이 가장 시급하다
현재 포수를 포함한 야수진 리빌딩은 걸음마 단계에 있다. 아직도 타선의 중심은 30대 이상의 중고참 선수들이다. 라인업에 들어있는 20대 선수들조차 '만년 유망주'이거나 자기 자리가 확실하지 않은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포수의 경우는 심각하다. 지난 수년 간 '포스트 조인성'을 만들어내지 못한 게 뼈아팠다. 너무나 안일했다. 김태군이 2009년 54경기에 나서면서 백업포수로 떠오른 것도 은퇴를 번복하고 복귀했던 김정민 현 배터리코치의 부상 공백과 조인성이 심수창과의 언쟁으로 1군에서 빠졌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대처는 한 박자, 아니 두 세 박자 늦었다. 지난해부터 신인 유강남을 2군에서 주전포수로 뛰게 하고,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대졸 대형 포수 조윤준을 지명한 게 전부였다. 오히려 지난 2008년에는 백업포수 최승환(현 한화)을 두산과의 2대2 트레이드로 쓰기도 했다. '십년대계'라는 포수 육성에 완전히 무감각해져 있었다.
부족한 투수력 등 다른 문제에 가렸지만 시즌 전 LG의 불안요소로 꼽혔던 문제 중 큰 문제는 바로 '불확실한 주전포수'였다. 지금껏 부족한 포수 자원으로 버텨왔지만, 리빌딩을 위해서라면 버티는 수준으로는 안된다. 한 번에 투수와 포수를 모두 성장시킬 수 없다면, 하나는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시즌 종료 후, LG는 포수에 대해 가장 큰 고민을 해야 한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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