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폭우까지 이어지고 있는 8월 중순, 휴식은 달콤한 꿀맛과도 같을 것이다. 그러나 휴식 기간의 길고 짧음은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두산은 지난 11일 잠실 SK전 이후 비 때문에 4일이나 경기를 갖지 못했다. 지난 14일 목동 넥센전은 4회까지 진행되다 우천으로 노게임이 선언되는 바람에 공식 경기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당시 3-0으로 앞서 있던 상황이라 두산의 허탈감은 생각보다 컸다. 상승세의 흐름이 끊긴 것이었다. 더구나 15일에도 우천으로 쉬었기 때문에 실전 감각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16일 목동에서 벌어진 넥센과의 경기에서 두산은 9회까지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안타는 지난달 13일 인천 SK전(4안타) 이후 가장 적은 4안타 밖에 뽑아내지 못했다. 4일간의 휴식이 '독'으로 작용한 셈이었다.
상승 흐름은 이어가야 맛
두산 김진욱 감독은 이날 경기전 노게임으로 선언된 지난 14일 경기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긴 것이나 다름없는 경기가 무효가 됐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오늘은 엊그제 경기의 서스펜디드 경기로 해서 4회부터 다시 해야 한다"며 농담을 던질 정도였다. 김 감독은 지난 11일 이후 우천으로 휴식을 취한 것에 대해 "무더위에 비까지 내려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하기가 어렵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경기를 하는게 낫다"고 말해왔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두산은 후반기 들어 전날까지 12승5패를 기록하며 고공비행을 이어갔다. 투타에 걸쳐 컨디션과 분위기가 한껏 고조돼 있는 상황에서 경기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12일 잠실 SK전부터 비는 두산을 따라다녔다. 김 감독이 걱정했던 실전 감각 상실은 이날 경기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탄탄하다고 정평이 나있는 수비에서도 결정적인 실책 2개가 나왔다. 7회 김현수가 넥센 박병호의 좌중간 안타를 잡았다 떨어뜨리는 바람에 2점을 추가로 주더니, 8회에는 서건창의 3루타를 중계하는 과정에서 1루수 오재원이 3루로 악송구해 1점을 헌납하기도 했다. 김 감독도 경기후 "그동안 안나오던 수비에서의 집중력이 떨어진 것이 패인이다"라고 했다.
처음보는 투수?
이날 넥센 선발은 밴헤켄이었다. 밴헤켄은 지난달 29일 목동 삼성전 이후 18일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오른쪽 옆구리 통증으로 재활을 하느라 2군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실전 감각으로 치면 두산 타자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둔화됐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투수는 타자와 다르다. 공을 던지는 능동적인 위치에서 게임을 하기 때문이다. 밴헤켄은 7⅔이닝 동안 3안타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완벽한 제구력이 돋보였다. 4사구는 단 한 개도 없었고, 삼진은 6개를 잡아냈다. 85개의 공 가운데 버릴 것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밴헤켄은 '투피치(2-pitch)' 스타일의 투수다. 직구와 체인지업을 주로 던진다. 이날도 직구 42개(투심 포함), 체인지업 30개로 두 구종이 전체 투구수의 85%나 차지했다. 또 다른 구종인 포크볼(13개)도 체인지업 종류라고 보면 직구-체인지업 볼배합으로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고 볼 수 있다. 두산은 밴헤켄을 상대로 4번이나 삼자범퇴를 당했다. 게다가 두산은 올시즌 밴헤켄과 이전에 한 번 밖에 마주치지 않았다. 지난 6월28일 목동에서였다. 그러나 이후 50일이나 지났다. 밴헤켄에 대한 대비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 4일이나 쉰 두산 타자들로서는 완벽한 제구력에 속도 조절로 경기를 운영하는 밴헤켄이 생소했을 수 있다.
목동=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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