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정대현의 출발은 판타스틱했다. 309일 만의 등판이었던 지난 9일 잠실 LG전. 1이닝 무실점. 그리고 12일 광주 KIA전. 6회 투입된 그는 1⅓이닝 무실점.
롯데 팬들 사이에서 그의 극찬은 끝이 없었다. '역시 레벨은 영원하다'는 말과 함께.
그런데 부산에서 열린 주중 SK와의 3연전에서 정대현에 대한 환상은 깨졌다. 매 경기 승부처에서 안타를 맞았다. 들쭉날쭉했던 그의 피칭. 과연 그의 상태는 정확히 어떨까.
정상 컨디션을 찾기 위한 과정
사실 309일의 공백은 만만하게 메울 수 있는 게 아니다.
노련한 베테랑 정대현도 예외는 아니다. 그의 출발이 좋았던 이유는 정대현의 철저한 준비때문이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정대현의 몸관리는 정말 철저하다. 자신의 약한 부분을 끊임없이 보완한다. 젊은 선수들이 꼭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했다. 복귀를 앞두고 그는 쉼없는 담금질을 했다. 때문에 공백의 부작용을 최소화시켰다.
하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몸상태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 하지만 그의 구위는 아직까지 100%가 아니다.
슬라이더, 커브, 싱커 등 변화구는 별다른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구위 자체는 조금 떨어져 있다. 전성기 시절 130㎞ 중반대의 패스트볼 구속이 나오지 않고 있다. 빠르진 않지만, 패스트볼 구속 자체가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변화구의 위력도 자연스럽게 감소됐다. 16일 SK전 8회 최 정에게 볼넷, 이호준에게 안타를 허용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다.
이 모든 것은 정대현이 정상 컨디션을 찾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다. 16일 경기 전 "정대현에게 휴식을 주겠다"고 했던 양 감독은 이날 정대현을 기용했다. 밸런스 유지를 위해 정대현이 등판을 자청했던 이유가 가장 컸다.
여왕벌을 위한 변명
SK와의 주중 3연전은 많이 아쉬웠다. 롯데가 2-0으로 앞서있던 6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온 정대현은 최 정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자책점으로 기록되진 않았다. 그 뒤 호투한 그는 결국 1⅔이닝 1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뒤늦게 롯데 타선이 폭발, 승리투수가 됐지만 쑥스러운 승리. 여기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다음날에는 8회초 정상호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결승점을 헌납했다. 단 한 타자를 상대한 뒤 마운드에서 쓸쓸히 내려왔다.
16일에도 롯데가 5-3으로 앞선 8회 출격했지만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 1이닝 2안타 2실점.
그런데 피칭 내용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14일 최 정에게 맞은 2타점 적시타는 0B 2S에서 던진 한가운데 실투가 문제였다. 당시 비가 많이 왔던 상황. 정대현은 "투구판이 미끄러워 공이 빠졌다"고 했다. 다음날 정상호의 안타도 행운이 섞인 텍사스성 안타였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2루수 손용석이 정상적인 수비를 했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었던 타구"라고 했다. 즉,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정대현은 좋은 피칭을 했고, 사실상 정상호를 내야 플라이로 유도했다는 의미.
마지막날 이호준에게 맞은 안타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좌중월로 빠진 타구를 손아섭이 멋진 송구를 했다. 그러나 유격수 문규현은 제대로 캐치하지 못했다. 만약 잡았다면 이호준은 2루에서 아웃. 박정권의 1루수 앞 땅볼수비도 아쉬웠다. 박종윤이 다이빙 캐치를 해서 잡았다. 결국 무릎때문에 1루 베이스 커버를 늦게 들어간 정대현때문에 박정권을 잡지 못하고 내야안타를 내줬다. 박종윤의 판단미스였다. 이런 상황이 겹쳐 정대현은 2실점했다.
너무 많은 기대도, 너무 많은 실망도 할 필요는 없다. 일시적인 부진을 겪고 있지만 정대현은 여전히 제 컨디션을 찾기 위해 차곡차곡 단계를 밟고 있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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