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보면 프로배구 컵대회는 잠시잠깐 열리는 대회일 수도 있다. 단 9일동안 열린다. 각 팀들마다 외국인선수들도 뛰게 하지 않는다. 각 팀간 한 차례 맞대결로 순위를 가린다. 겨울에 열리는 정규리그를 앞두고 중간 점검을 펼치는 대회일 수도 있다. 하지만 편견을 걷어내고 한 걸음만 더 가까이 가보자. 2012년 수원컵 프로배구대회는 의외로 쏠쏠한 재미들로 가득차 있다.
토종 거포들의 경연장
그동안 정규리그의 중심은 외국인 거포들이었다. 삼성화재의 연속 우승을 이끈 것도 결국은 캐나다 출신의 거포 가빈 슈미트였다. 다른 팀들 역시 외국인 거포들의 비중이 상당했다. 토종 거포들은 외국인들의 힘에 밀려 레프트로 돌아서야만 했다. 하지만 컵대회에서는 거포 본색을 뽐낸다. 삼성화재의 박철우, LIG손해보험의 김요한 등이 오랜만에 공격 본능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베테랑 거포 후인정도 있다. 후인정은 정규리그 내내 원포인트 블로커로만 활약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주전으로 나선다. 문성민이 부상으로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재미도 있다
대한항공은 새로움으로 무장했다. 18일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리베로 최부식을 레프트로 출전시켰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김학민과 장광균 등이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 고심 끝에 신영철 감독은 경기대 시절까지 공격수로 뛴 경험이 있는 최부식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최부식은 거의 13년만에 공격수로 나섰다. 최부식은 공격으로 4점을 올리고 블로킹으로 1점을 보탰다.
지난 시즌 '원포인트 서버'로 활약했던 김민욱도 주전 라이트로 나섰다. 김민욱 역시 12점을 올리며 팀의 3대1 승리를 이끌었다.
우리 감독님이 달라졌어요
박희상 드림식스 감독의 변신도 눈에 띈다. 19일 열린 삼성화재전에서 박 감독은 예전에 비해 훨씬 부드러워졌다. 트레이드마크였던 '경기 중 짜증'도 없었다. 작전 시간에도 선수들을 다그치지 않았다. 살살 달래가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대회가 시작하기 전 선수들이 박상설 한국배구연맹(KOVO) 사무총장을 만나 '박희상 감독과는 함께할 수 없다'며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불만 표출에 박 감독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날도 신영석 최홍석 등은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여전히 선수단과의 앙금은 남아있는 상태. 박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성숙해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일과 관련해 선수들을 비난하지 말았으면 한다. 어린 선수들이 상처를 많이 받고 있다"고 했다. 이날 드림식스는 삼성화재에게 1대3(14-25, 25-16, 20-25, 20-25)으로 졌다.
한편, 이어 열린 여자부에서는 IBK기업은행은 KGC인삼공사를 3대0(25-18, 25-21, 25-21)으로 눌렀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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