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장마에 방망이가 식어버렸다.
KIA의 4강 진입전선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최근 6연패의 나락으로 떨어진 끝에 37경기를 남겨놓은 20일 현재, 4위 SK와 무려 4.5경기 차이로 벌어져버렸다. 남은 경기수, 그리고 9월 추가편성 일정의 불규칙성을 감안하면 상당히 거리감이 있어보이는 격차다.
이렇게 KIA가 갑작스러운 난조에 빠진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믿었던 선발진의 난조와 중심타선 붕괴, 그리고 전반적인 타선의 무기력증으로 분류된다. 개막 후 10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하며 승승장구했던 선발진은 최근 들어서는 당시의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김상현 최희섭의 이탈로 인해 중심타선의 무게감이 크게 떨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다른 타자들도 동반침체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게 지금 KIA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악재의 출발점에 시선을 돌려보면 늦은 장마와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예기치 못했던 호우로 인해 상승세의 맥이 끊기고, 선수들의 감각이 저하된 것이다.
KIA가 한창 상승세의 절정을 달리던 8월초로 돌아가보자. 8월3일부터 사흘간 잠실 원정경기에서 까다로운 두산을 상대로 2승1패의 위닝시리즈를 거둔 KIA는 홈인 광주로 내려와 6일 하루를 쉬고 화요일(7일)부터 다시 넥센과 3연전을 치렀다. KIA는 이 3연전을 스윕하며 5연승을 달성한다.
이때까지는 상당히 좋은 흐름이다. 원정 주말 3연전 위닝시리즈에 이어 홈에서의 주중 3연전을 스윕하면서 투타의 감각이 상당히 고조돼 있었다. 만약 이 기세대로 롯데와 주말 홈 3연전을 치렀더라면 KIA가 상당히 우세한 분위기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광주지역에 목요일 밤부터 내린 비로 인해 금요일 경기가 취소되면서 맥이 끊겼다. 당시 롯데는 선발로테이션에 구멍이 난 상황이었는데, 때마침 1경기가 취소되면서 숨통이 트였다. 반면, KIA는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던 선발 로테이션이나 한창 달아올랐던 타선이 모두 덜컥하고 급브레이크에 걸리는 악재를 떠안고 말았다. 결국 KIA는 토-일 2연전에서 단 3점 밖에 뽑지 못하며 롯데에 연패를 당한다.
이 두 번의 패배는 KIA에 그리 큰 충격까지 몰고 오지는 않았다. 마침 월요일 휴식이 있어 데미지를 털어낼 기회는 충분했다. 그런데 또 다시 '우천 악재'가 불어닥치고 말았다. KIA 선수단은 14~16일 잠실에서 LG와 3연전을 치르기 위해 13일에 서울로 이동했다. 사실 원정에서는 컨디션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열악한 구장 시설로 인해 원정팀에게까지 충분한 훈련 공간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정에서 우천취소가 되면 선수들의 컨디션이 떨어진다고 걱정하는 코칭스태프가 대다수다.
그런데 하필 KIA가 이런 악조건을 만나게 된 것이다. 14~15일 경기가 모두 우천 취소되면서 KIA는 결과적으로 사흘간 호텔방에서 마냥 쉬어야 했다. 지친 체력이 어느정도 보충된 효과는 있었겠지만 경기감각, 특히 타자들의 배팅 감각은 크게 저하됐다. KIA 선동열 감독은 여름장마가 한창이던 지난 7월경 "원정에서 우천취소가 되면 선수들이 타격연습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공격력은 저하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필 이런 상황이 8월에 나타난 것이었다.
결국 이렇게 두 차례의 '우천 악재' 이후 KIA의 방망이는 물먹은 솜처럼 무기력해졌다. 6경기에서 단 9득점의 빈타의 근본 원인은 늦은 장마였던 것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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