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무조건 슬라이더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맞았다"
흔히 야구에서 공격은 타자의 몫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투수가 공을 던져야 타격도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보면 투수도 '공격'을 하는 셈이다. 그래서 투수는 상대 타자의 습관과 스윙 궤적을 파악해 가장 치기 어려운 코스로 공을 던지는 식으로 '공격'을 한다. 반면 타자는 자신의 약점을 파고드는 공을 어떻게든 잘 치려고 달려든다. 그렇게 보면 투수와 타자의 대결은 '공격'과 '공격'의 힘싸움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치밀한 수싸움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마치 바둑이나 장기, 혹은 포커에서 나오는 심리전이 야구 그라운드에서도 펼쳐지는 것이다. 그래서 투수(+포수)와 타자의 심리싸움을 지켜보는 것도 야구를 보는 또 다른 재미에 해당한다.
이런 수싸움 혹은 심리전에서 파생된 것이 '게스 히팅(Guess Hitting)' 혹은 '게스 히터(Guess Hitter)'라는 용어다. 일각에서는 이런 용어 자체의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게스 히터나 게스 히팅이 하나의 완성된 타격 스타일이라고 여기는 시각이 많다.
게스 히팅이란 말 그대로 상대 투수의 습관과 배터리의 볼배합, 현재 볼카운트 등의 기본 데이터를 근거로 향후 던지려는 공의 구종과 코스를 예측하고 스윙을 하는 방법이다. '노려 치기'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선수들이 흔히 말하는 '공 보고 공 치기'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이를 잘 활용하는 타자를 '게스 히터'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이 대표적인 게스 히터에 해당한다.
투수가 홈플레이트로부터 18.44m 떨어진 마운드에서 던지는 140㎞ 이상의 공을 타자가 친다는 것은 1.4초 이내에 공을 인지하고 신체 각 파트에 반응지시를 내려 스윙을 완성한다는 뜻이다. 신경세포 조직과 근육의 신호전달에 관한 이론에 따르면 150㎞가 넘어서는 공은 '보고 친다'는 것이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공을 홈런으로 만들어내는 타자들이 무수히 많다. 미리 짐작하고 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는 수싸움 혹은 심리전에서 타자가 이길 경우에 해당한다.
21일 대구 삼성전에서 결승 솔로홈런과 쐐기 만루홈런으로 '멀티홈런'을 기록한 홍성흔의 사례가 바로 이 '게스 히팅'의 미학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4회초 1사 후 자신의 두 번째 타석에서 홍성흔은 솔로홈런을 날렸다. 볼카운트 3B1S에서 5구째 바깥쪽 높은 직구를 잘 밀어쳐 우측 담장을 넘긴 것이다. 이 홈런은 삼성 투수 장원삼의 실투를 홍성흔이 잘 받아친 결과다.
21일 대구 롯데전에서 8회 롯데 홍성흔에게 만루홈런을 맞고 허탈하게 전광판을 바라보는 삼성 선발 장원삼(오른쪽)의 뒷모습이다. 이번 수싸움에서 장원삼은 완벽하게 홍성흔의 노림수에 당하고 말았다.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그런데 두 번째 홈런, 즉 8회초 2사 만루에 나온 홈런은 내용이 다르다. 전형적으로 홍성흔의 '게스 히팅'이 성공한 결과다. 상황을 돌이켜보자. 당시 투수 장원삼이 가까스로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을 때 투구수가 121개였다. 힘이 떨어진 장원삼은 결국 2사 3루에서 2명의 주자를 각각 볼넷과 사구로 내보내며 2사 만루에 몰려있었다. 투구수는 129개로 시즌 최다였다.
홍성흔의 머릿속에는 이미 이런 데이터들이 모두 입력되고 있었다. 홍성흔은 이미 장원삼이 많은 공을 던져 구위가 떨어졌고, 만루 상황에서 이전에 홈런을 맞은 자신과 힘대결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낸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특히 4회에 직구를 던지다가 홈런을 맞은 장원삼이 선택할 변화구는 스스로 가장 믿을 수 있는 구종, 즉 슬라이더일 것이라는 게 홍성흔의 판단이었다. 실제로 이날 장원삼은 직구(51개)에 이어 슬라이더(47개)를 두 번째로 많이 던졌다.
이 예측은 100% 적중했다. 장원삼의 슬라이더는 홍성흔의 몸쪽 낮은 코스로 잘 제구됐다. 그러나 이를 미리 예측한 홍성흔은 망설임없이 공을 잡아당겨 좌월 만루홈런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경기 후 홍성흔이 밝힌 "앞서 직구를 (홈런으로)쳐서 이번에는 무조건 슬라이더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적중했다"는 소감에는 홍성흔의 '게스 히팅'의 비결이 담겨있었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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