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전력으로 승부해야죠."
삼성 류중일 감독의 마음은 지금 꽤 달아올라 있다. 정규시즌 우승을 서둘러 결정짓고 싶기 때문이다. 숨가쁘게 달려왔던 정규시즌은 이제 31경기 밖에 남지 않았다. 시즌 초반 깊은 침체도 경험했지만 삼성은 다시금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회복한 상태다. 지금도 리그 단독 1위를 질주중이다. 그러나 아직은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류 감독의 생각이다. 일단은 '정규시즌 우승'을 해놓고 나서야 류 감독의 마음이 놓일 듯 하다.
류 감독은 지난 21일 대구 롯데전을 앞두고 한 가지 소망을 밝히면서 또 하나의 약속을 했다. 소망은 바로 하루라도 빨리 정규시즌 우승을 하는 것이다. 류 감독은 "하루라도 빨리 도망가고 싶다"고 표현했다. 이는 곧 숨막히게 전개되는 순위 경쟁에서 이제는 빠지고 싶다는 뜻이다. 결국 자력으로 정규시즌 우승 확정을 앞당기고 난 이후 편하게 경기를 치르고 싶다는 소망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류 감독의 소망은 지난해보다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삼성은 9월 27일 잠실 두산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바 있다. 당시 남은 경기는 7경기였다. 그런데 올해는 이보다 빨리 정규시즌 우승 매직 넘버를 '0'으로 만들 전망이다. 22일 현재 리그 1위 삼성은 31경기를 남겨두고 2위 롯데에 4경기차로 앞서있다. 잔여경기에 비춰볼 때 4경기차는 사실 따라잡기 힘든 차이다. 삼성이 갑작스러운 난조로 5연패 이상을 경험하지 않는 한 2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에는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2위팀인 롯데 양승호 감독마저 인정한 부분이다. 양 감독은 "2위팀 입장에서 1위를 빼앗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마침 최근들어 우리팀 전력도 안정화됐다. 하지만 삼성의 현재 전력이 워낙 탄탄한 게 문제다. 똑같이 잘한다고 보면 남은 경기에서 4경기 차이를 줄이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류 감독은 여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하루 빨리 도망가고 싶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그러면서 류 감독은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된 그 이후에도 여전히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보통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으면 포스트시즌을 대비해 주 전력을 상당부분 빼고 경기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기 위한 배려다.
그러나 류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지난해에도 똑같은 얘기를 했지만, 올해도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만약 정규시즌 우승을 하고 난 뒤라도 잔여경기에 전력을 아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프고 힘든 선수는 탄력적으로 휴식을 주겠지만, 일단은 계속 총력전을 할 것이다. 그게 팬들과 다른 팀에 대한 예의다"라고 밝혔다.
이런 류 감독의 선언으로 인해 2위 이하 상위권 팀들의 긴장도는 더욱 커지게 됐다. 특히 삼성과의 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3~5위권 팀들은 막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이 '4강 확정'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삼성의 정규시즌 우승 여부와 상관없이 남은 시즌의 긴장감은 여전히 뜨거울 전망이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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