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잠실구장. KIA는 4회까지 5-2로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4회말 거세게 몰아친 폭우로 인해 경기는 중단됐고 결국 노게임이 선언됐다. 마운드에는 당시 가장 페이스가 좋았던 김진우가 있었다. 결과야 끝까지 해봐야 알았겠지만 KIA로선 아쉬웠던 경기였다. 이후 오락가락한 빗 속에 타격감이 뚝 떨어진 KIA는 7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4강도 사정권에서 살짝 멀어졌다. 결과만 놓고 돌아보면 더 많이 속상했던 그날 하루.
야구도 새옹지마다. 야속했던 그 비가 이번에는 7연패 탈출의 도우미가 됐다. 22일 광주 LG전. KIA는 에이스 윤석민을 내세우고도 3회까지 0-2로 뒤지고 있었다. KIA는 전날까지 7연패 기간 동안 선취점을 단 한번도 뽑지 못했다. 바꿔 말하면 지난 7경기 동안 역전승은 단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 7연패 기간 동안 득점 사이클이 '1→2→3→2→1→0→2'에 불과했으니 사실상 '선취점 허용=패배'를 의미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마음 속에 불안의 먹구름이 뭉게뭉게 차오르던 찰라. 하늘에서 먹구름이 몰려왔다. 4회부터 거센 빗줄기를 광주구장에 흩뿌렸다. LG 좌완 선발 신재웅은 3회까지 무안타로 호투중이었다. 1회 선두 2타자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맞은 위기를 병살타로 벗어난 뒤 2,3회를 연속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아내며 안정을 찾은 상황. 4회 2사 후 나지완 타석에 비는 더욱 거세졌다. 압도적 구위보다는 정교한 제구력과 타이밍 싸움을 펼쳐야하는 신재웅으로서는 반갑지 않은 폭우였다. 결국 나지완은 볼카운트 0B1S에서 137㎞짜리 바깥쪽 살짝 높게 제구된 패스트볼을 밀어 우측 담장을 넘겼다. 거센 비를 뚫고 날린 1-2 추격의 솔로포. 이날 KIA 타선이 뽑아낸 첫 안타였다. 나지완의 홈런 직후 경기는 비로 중단됐다. 15분이 흘렀다. 재개됐지만 신재웅의 밸런스는 흐트러져 있었다. 마음 속 불안감도 살짝 커진 상황. 경기 재개 후 첫 타자 차일목이 높은 실투를 공략해 좌전 안타를 뽑자 불안감이 가중됐다. 최근 타격 사이클이 썩 좋지 않은 김원섭에게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2사 1,2루. 조영훈은 0B2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신재웅이 던진 한복판 실투를 놓치지 않고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역전 스리런 홈런.
비는 수비 때도 도움을 줬다. 5-4 살얼음판 리드를 잡은 7회초. 빗줄기가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했다. LG는 선두타자 최동수가 볼넷으로 출루해 무사 1루. 최근 타율 5할이 넘는 좌타자 오지환이 타석에 섰다. 직전 두 타석에서 윤석민으로부터 안타와 홈런 등 멀티 히트를 기록한 장본인. 하지만 LG 벤치는 강공 대신 희생 번트를 지시했다. 마운드에 진해수가 왼손 투수인 점과 후속 타자가 박용택 이병규라는 점 등을 두루 고려한 안전한 승부수. 선택의 이면에는 비에 대한 고려도 있었다. 한 점 뒤지고 있던 LG로선 혹시 모를 강우 콜드게임에 대비해 일단 동점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였다. 전 타석까지 안타가 없었던 박용택 이병규가 진해수의 공에 잇달아 범타로 물러나며 이닝 종료. KIA로선 오지환의 희생 번트가 결과적으로 다행이었던 셈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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