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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닥터진' 이범수 "100년이 지나도 배우의 연기는 남아…치열할 수밖에"

by 김표향 기자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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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닥터 진' 주연배우 중 가장 마지막으로 이범수를 만났다. 앞서 인터뷰한 송승헌, 김재중, 이소연이 한목소리로 "이범수 최고"를 외치는 모습을 보면서 '대체 어떻길래?'라는 궁금증이 날로 커져갈 즈음이었다. 그는 "자유롭고 싶어 배우가 됐고 지금 배우로 살고 있어서 자유롭다"고 했다. 수년째 청룡영화상의 MC로 무대에 서면서도 늘 긴장되는 건 "배우로서의 품격 때문"이고 힘든 촬영 여건을 견디는 것도 "배우이기 때문"이란 얘기도 했다. 이범수의 모든 얘기들은 결국 '배우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으로 수렴됐다. 그 견고한 자의식의 밑바탕은 당연하게도 '치열함'이다. 동료 배우들의 감탄사가 결코 입에 발린 말이 아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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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배우의 책임감은 당연한 것

'닥터 진'을 그렇고 그런 판타지물로 규정할 수 없는 이유는 이범수 때문이다. 흥선대원군을 연기한 그는 조선으로 거슬러온 현대 의사 진혁(송승헌)과 우정을 나누며 역사의 한가운데에 섰다. 권력을 둘러싼 암투와 격변의 시대상이 정통사극 못지않았다. '이범수'라는 세 글자가 더해지고 나서야 작품에 무게감이 실렸다는 얘기도 많았다. 그는 "주인공이면 당연히 가져야 하는 부담감과 책임감"이라고 겸손해하면서도 "대본의 글씨 하나도 허투루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물건은 누가 만든 건지 몰라도, 연기는 100년이 지나도 이범수가 한 것이라고 남게 되잖아요. 되돌릴 수 없으니 책임을 다해야죠. 사극이라 현대극보다 신경쓸 것이 많아 어렵고 조심스러웠어요. 하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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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수가 '닥터 진'을 선택한 이유는 도전을 위해서다. '자이언트' '샐러리맨 초한지' 등을 만든 SBS를 떠나 낯선 MBC에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작업을 통해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한다. '닥터 진'이 해외 20여개국과 판권 계약을 했다는 점도 흥미를 더했다. 10월엔 '닥터 진'의 고향 일본에서 방영된다. "한국 드라마가 일본 드라마보다 역동적이고 화려하다던데, 일본 팬들이 어떻게 볼지 궁금합니다."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열악한 촬영환경, 법으로 규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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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배우에게도 드라마 촬영 시스템은 익숙해지기 어려운 것이었다. "열악한 환경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쓴소리도 했다. 수염, 가발, 한복으로 꽁꽁 싸맨 더위는 참아도, 흐트러진 상투를 바로잡을 시간조차 없다는 사실은 그를 화나게 했다. "촬영해야 할 것은 엄청나게 많고 시간은 없으니 잠 자는 건 포기해야 하죠. 영화의 경우 촬영이 끝난 후 8시간 안에 다시 제작팀이 모이는 걸 법으로 막고 있어요. TV 드라마 제작 시스템도 제도화해야 한다고 봐요." 물류창고를 개조한 세트장은 화재에 취약한 것은 물론이고 빗소리 때문에 촬영을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잠도 못자는 열악한 환경에서 금메달 따오길 바라는 건 모순"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모든 악조건을 견딘 건 자존심 때문이다. "내가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지 아니면 억지로 하고 있는지 늘 돌이켜봅니다. 그토록 갈망하던 배우의 직업을 갖고 있다고 환기시킬 때마다 행복해져요. 기왕 할 거면 제대로 해내야죠." 그래서 묵묵히 견뎌낸 송승헌과 김재중에게 더욱 각별한 동료애를 느낀다. "너무 짠해서 꽉 껴안아 주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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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1등 아빠, 1등 남편, 1등 스승

이범수는 오랜만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18개월 된 딸 얘기만 꺼내도 그의 얼굴은 형광등 100개를 밝힌 듯 환해졌다. '닥터 진' 초반 딸 소을이에게 '아빠가 TV에서 뭐하시지?' 물으면 '에헴~'이라고 답하더니 종영 즈음엔 '진의원'이라고 답하더라는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연신 싱글벙글이다. 약간 아파서 살이 빠지고 나면 더 예뻐진다고 자랑까지 덧붙인다. 내년엔 둘째도 가질 계획이다. "아이가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본인이 신나서 하는 일을 한다면 무조건 지지할 겁니다. 농사짓는 일이 행복하다면 그것도 좋아요. 직업엔 귀천이 없으니까." 국제회의 통역사로 활동하는 아내에 대해서도 "자신의 재능에 행복을 느낀다면 적극 돕고 싶다"고 했다.

이범수는 올해부터 동아방송대학 강단에 서고 있다. 촬영 중에도 강의는 빠뜨린 적 없다. "제가 학창 시절에 갈구하던 것이 있고 요즘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때문에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제 모교(중앙대) 학생들보다 더 연기를 잘하도록 이끄는 게 목표예요. 그렇게 되리라고 확신하고요." 이범수는 학생들 성적을 매기면서 실력이냐 자세냐를 놓고 진땀 나게 고민했던 순간도 털어놓았다. "치열한 사람을 좋아하는" 그는 결국 '자세'를 택했다. 강의 평가에서 1등을 했다는데, 이만하면 '스승의 자격' 충분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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