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중에 감독님이 물러나신 건 처음입니다. 드릴 말이 없더라고요."
28일 대전구장 1루쪽 덕아웃 앞에서 만난 한화 김태균은 말을 붙이기가 어려울 정도로 침울했다. '성적부진으로 한대화 감독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선수들이 감독 말을 잘 안 듣는다는 말이 있었다'고 하자 김태균은 "정말 그런 이야기가 있냐"고 되물으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규시즌 28경기를 남기고 한 감독이 지휘봉을 놓은 28일 대전구장 1루쪽 한화 덕아웃은 침묵이 흘렀다. 강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훈련이 진행됐지만, 선수들 사이에서는 웃음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굳은 표정으로 평소처럼 베팅케이지 뒤에서 선수들의 타격 모습을 지켜봤다.
문동환 불펜코치는 "이번 시즌은 감독님이 마무리를 하실줄 알았는데, 아침에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고, 일부에서는 차기 감독으로 누가오는 지를 궁금해 했다.
한 감독은 오후 2시 20분쯤 지난 3년 간 머물었던 대전구장에서 짧게 선수단 미팅을 했다. 감독으로서 마지막으로 선수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시간이었다.
전력분석실에 모인 선수단 앞에서 한 감독은 "중간에 떠나게 됐지만 나는 괜찮다. 너희들이 잘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야구할 날이 많지 않느냐. 남은 시즌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야수들이 잘 해줬으면 좋겠다."
한 감독이 덧붙인 이 말이 선수들의 마음을 파고들었을 것 같다. 시즌 초반 대전구장에서 만난 한 감독이 "요즘 우리 팀 경기를 보면 마치 사회인 야구를 보는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짓던 모습이 떠올랐다. 한화는 시즌 내내 타선의 집중력 부족과 수비수들의 어이없는 수비실책, 주루 플레이 실수로 고전을 했다.
결정적인 수비 실책으로 경기에서 패한 다음날 "프로선수인데 질책을 하면 의기소침해할까봐 야단을 칠 수가 없다"며 웃었던 한 감독이다.
한 감독은 취재진에게 "팬들에게 죄송하고, 부족한 게 많아서 시즌 중에 그만 두게 됐다.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마지막 날 한 감독은 끝내 홀가분하게 웃지 못했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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