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명하고 영리하다. 작품 속 이소연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다. 티없이 맑은 얼굴에 선과 악을 자유자재로 담는다. SBS '내 사랑 내 곁에'에선 씩씩한 미혼모였고 MBC '동이'에선 악녀의 대명사 장희빈이었단 사실을 도무지 연결시키기 힘들 만큼, 캐릭터를 빚어내는 솜씨가 야무지다.
MBC '닥터 진'에서는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묘령의 기생 춘홍을 연기했다. 이소연은 신비로운 아우라로 판타지 사극 '닥터 진'의 풍미를 돋웠다. 사극에 잘 어울리는 수려한 미모도 그녀의 연기를 거들었다. 구한말 조선으로 거슬러온 진혁(송승헌)의 미스터리를 손에 쥔 인물. 진혁처럼 과거와 미래를 오간 시간여행자이기도 했다. 그래서 춘홍은 판타지와 역사가 뒤섞인 '닥터 진'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며 극의 중심을 잡았다.
'닥터 진'과 작별한 이소연의 얼굴엔 만족감이 깃들어 있었다. 시청자들에게 미스터리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역사에 개입하는 진혁에게 미래를 얘기하는 장면에선 감정에 더욱 힘주어 연기했어요. 춘홍이 왜 그렇게 진혁을 걱정하는지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대본에는 설정이 없었지만 춘홍이 진혁에게 애틋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상상했어요." 이소연은 진혁 대신 칼에 맞아 죽는 춘홍의 마지막이 무척 마음에 든다고 했다. 촬영 중반 춘홍이 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에 '죽여달라'고 자청했을 정도. "대본엔 없었지만 춘홍이 죽기 전에 '무사히 당신의 세계로 돌아가길 바란다'는 말을 진혁에게 꼭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끝내 그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어서 아쉬움이 남아요."
그런데 실제로 이소연은 '닥터 진'을 촬영하다 큰일을 당할 뻔했다. 물에 빠지는 장면을 촬영하던 중 물살에 떠밀린 것이다. 한복과 가채 때문에 몸이 말을 듣지 않아 허우적대는데도 사람들은 연기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정말 죽다 살아났어요. 너무 놀라서 펑펑 울었죠. 그런데도 촬영을 마치기 위해 다시 물어 들어가야 했어요. 드라마를 보면 제 얼굴이 굉장히 창백한데 실제라서 그래요. 하하." 아찔한 경험을 담담히 넘기는 것도 모자라 "실제로 물에 빠져보니 그 장면을 잘못 연기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좋은 경험했다"고 무한 긍정이다.
이소연은 송승헌, 이범수와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많았다. 이소연이 바라본 송승헌은 매너와 성실함의 결정체. "힘겨운 촬영 스케줄에 흐트러질 법도 하건만 힘든 내색 한번 안 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흥선대원군을 연기한 이범수에 대해선 "세트의 소품 하나 허투루 보지 않고 대사와 설정을 연구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더라"며 "이래서 오랫동안 사랑받는구나 느꼈다"고 했다.
2003년 TV 단막극과 영화 '스캔들'로 화려하게 데뷔한 이소연도 어느덧 배우 생활 10년차다. 작품 사이에 공백기가 별로 없다. "이번엔 강한 캐릭터였으니까 다음엔 밝은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며 벌써부터 작품을 욕심낸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더 많아져요. 지금 아니면 못해볼 역할들도 많고요. 서른이 되니까 여유가 생겨서인지 일이 더 즐거워요. 웃을 때 생기는 팔자주름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죠."
가을엔 캠퍼스 생활로 바쁘게 지낼 것 같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마치지 못한 학업을 한양대에서 이어가고 있다. 박시후와 편입생 동기다. "아버지의 소원이시라 졸업장을 꼭 따고 싶어요. 만학도라 조금 외롭긴 하지만 열심히 공부해야죠." 물론 좋은 작품을 만나면 공부와 연기,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각오도 돼 있다. 이소연, 역시 야무진 배우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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