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충무아트홀)
지난 24일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국내 라이선스 초연을 시작한 '두 도시 이야기'는 오랜만에 만나는 거대한 스케일의 정통 뮤지컬이다. 가벼운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뮤지컬 시장에서 모처럼 고전의 깊이와 향기를 오롯이 담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지난 2007년 미국에서 초연된 '두 도시 이야기'는 몇가지 점에서 '레미제라블'이나 '미스 사이공' 등 뮤지컬 역사에 큰 흔적을 남긴 대작들의 문법을 따르고 있다. '레미제라블'이 빅토르 위고의 고전을 원작으로 했듯이, 이 작품은 영국의 문호 찰스 디킨스의 소설이 토대이다. 프랑스 혁명을 전후로 한 시대 상황도 비슷하고, 이성과 상식이 흔들리는 역사의 격랑 속에서 참된 인간성과 사랑의 의미를 탐색한 문학정신도 유사하다. 위대한 소설이 원작이라는 것은 '양날의 칼'이다. 후광을 얻을 수 있지만, 방대한 내용을 2시간 30분 안팎에 압축해야하는 것은 큰 숙제이다.
'레미제라블'이 캐릭터 중심으로 원작을 해체, 재구성했다면, '두 도시 이야기'는 브로드웨이 스타일을 따라 스토리 속에 캐릭터를 녹여내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다보니 극 초반 낯선 시대 상황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해 이야기의 맥을 잡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주인공인 변호사 시드니 칼튼과 프랑스에서 도피해온 귀족 찰스 다네이,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아름다운 여인 루시 마네뜨의 삼각관계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몰입도는 상승한다.
결혼해서 딸을 낳은 찰스와 루시, 옆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시드니의 다소 어정쩡한 삼각관계는 혁명이라는 혼돈의 시대 속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은 고조되고, 마지막 순간 시드니의 비장한 선택은 커튼이 내린 후에도 오래 여운이 남는다. '미스 사이공'에서 주인공 킴이 아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한 인간의 사랑이 얼마나 숭고할 수 있는지, 또 개인으로선 나약한 존재인 인간에게 거대한 역사의 태풍에 맞설 수 있는 위대함이 숨어있음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등장인물들 각각의 고뇌와 아픔, 희망을 담은 서정적인 아리아와 합창이 드라마의 흐름을 따라 전편을 수놓는다. 시드니 역의 류정한, 찰스 역의 전동석, 루시 역의 최현주 등 국내 최고배우들의 앙상블은 말할 나위 없다. 알콜 중독자이지만 명석한 변호사인 시드니 역의 류정한은 뮤지컬계의 간판스타답게 내면의 순수함과 결단력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뿜어내 작품의 무게추를 잡고 있다.
극의 중심 구조가 삼각관계임에도 1막에서 시드니가 루시에게 사랑을 느끼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은 옥에 티. 그럼에도 드라마와 궁합이 잘 맞는 뮤지컬 넘버와 배우들의 열연, 고전의 향기가 잘 어우러져 모처럼 뮤지컬 보는 맛을 일깨워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10월 7일까지.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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