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한-일대전이다."
대한야구협회(KBA)가 서울에서 진행중인 제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18세 이하)의 최고 흥행카드를 꺼내들기 시작했다.
숙명의 한-일전이다. 스포츠에서 종목을 막론하고 한-일전은 항상 빅이벤트였다.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와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민족-정치적 감정이 스포츠 대결에서는 응원전으로 간접 투영되면서 한치로 물러서지 않는 긴장감이 감돌기 때문이다.
이번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일본과 2라운드 리그전에서 맞붙는 게 확실시된다.
양팀 모두 이변이 없는 한 현재 진행중인 예선라운드를 통과할 수 있다. A조의 한국은 1일 강력한 우승후보 미국을 완파하면서 2연승, 조별 6개팀 가운데 3위까지 주어지는 2라운드 진출 티켓을 거의 확보했다.
B조의 일본은 첫 경기를 캐나다에 내줬지만 2일 또다른 우승후보 대만을 완파했고 남은 경기일정 상대가 약체여서 2라운드 진출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그러자 KBA와 대회 조직위는 한-일전 띄우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강승규 KBA 회장은 "제2차 한-일대전이라고 불려도 좋을 만큼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의 최대 관심 경기로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할 정도다.
우선 한국과 일본이 이번 2라운드 풀리그전에서 이번 대회 최종순위를 가리기 때문에 운명의 한판대결이란 관심요소는 갖춰진 상태다. 한국과 일본은 4대 우승후보에 속했던 미국과 대만을 나란히 완파하면서 양대 우승후보로 좁혀진 만큼 2라운드에서 뿐만 아니라 1, 2위 순위결정 토너먼트에서도 또 충돌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최근 스포츠 한-일전에서 한국은 희비가 교차했기 때문에 복수혈전의 의미도 담겨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동메달결정전에서는 일본을 완파하며 축구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이란 쾌거를 이뤘다. 이 과정에서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 논란이 불거지며 일본 스포츠팬들의 감정을 자극했지만 한국에서는 대대적인 칭찬을 받았다. 반면 올림픽 여자배구에서는 일본에게 패했고, 가장 최근의 한-일전인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도 한국은 8강전에서 일본의 벽에 막혀 준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정당한 독도 방문(8월 10일) 이후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을 들고 나왔고, 강제 위안부 문제에 대한 망언을 일삼는 일본 측과 극심한 정치-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는 중이다.
현재 국민적인 정서도 일본이라고 하면 '치가 떨린다'고 할 마당에 국내에서 스포츠 대리전이 펼쳐지게 됐으니 KBA로서는 구름관중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KBA는 2라운드 한-일전을 최고 대우의 스케줄로 미리 빼놨다. 2라운드가 시작되는 첫 날(5일), 잠실구장에서 야간경기로 치러지도록 찜해 놓은 것이다.
이번 선수권대회는 오전 10시, 오후 2시, 6시 등 3단계 시간대별로 나뉘어 열리는데 5일이 평일(수요일)이기 때문에 관중이 최대한 많이, 편하게 찾아올 수 있도록 잠실구장-야간경기 원칙을 고수했다는 게 KBA 관계자의 설명이다.
KBA는 많은 관중이 몰리는 만큼 '독도 세리머니' 등 돌출행동을 우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각 학교의 단체 응원단이 방문할 경우 학교측에 사전 주의교육을 하도록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KBA 이상현 사무처장은 "청소년 야구는 정치적인 문제를 특히 배제한 순수 스포츠 축제이기 때문에 성숙한 응원문화가 펼쳐질 것이다"면서 "미묘한 시기에 한-일전이 열린다. 어차피 우승을 향한 길목에 넘어야 할 산인 만큼 꿈나무들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프로야구 경기장을 가득 메운 야구팬들의 발길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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