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찬과 내기? '퉁' 치는 걸로 또 하지 뭐."
삼성 류중일 감독은 선수들과 기록을 두고 내기하는 걸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여기에 현금이나 선물을 거는 식이다. 류 감독의 '내기 리더십'은 이미 여러차례 소개된 바 있다. 올시즌 대표적인 내기 대상자는 두 외국인선수 탈보트, 고든과 차우찬 오승환 박석민 박한이다.
탈보트와 고든은 각각 13승과 12승이 기준이다. 달성할 경우, 부인들에게 가방 등의 선물을 줄 예정이다. 탈보트는 이미 13승을 달성했고, 고든은 10승으로 내기 승리까지 2승 만을 남겨뒀다.
국내 선수들과는 모두 500만원 씩이다. 오승환과는 블론세이브 3개를 걸었다. 오승환은 시즌 초반이었던 4월24일 대구 롯데전에서 ⅔이닝 6실점으로 블론세이브를 범하며 출발이 좋지 못했다. 류 감독은 당시 "벌써 한 개 했네"라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후 오승환은 '끝판대장'의 면모를 되찾고 블론세이브를 범하지 않았다. 오승환은 4일 대구 LG전을 앞두고 훈련 도중 류 감독을 보더니 "감독님 저랑 내기 하셨죠? 1000만원 아니었습니까"라며 너스레를 덜기도 했다.
박석민과는 100타점을 걸었다. 역시 85타점으로 남은 시즌 충분히 달성이 가능한 수치다. 류 감독이 코치 시절 가장 처음으로 내기를 시작한 박한이와는 꽤 복잡한 조건을 걸었다. 이미 수차례 내기를 한 만큼,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었다.
박한이의 타율이 3할3푼을 넘을 경우 류 감독은 박한이에게 500만원을 줘야 한다. 3할에서 3할3푼 사이면 200만원이다. 2할7푼에서 3할 사이일 경우 무승부. 2할7푼 밑이면 박한이가 류 감독에게 500만원을 줘야만 한다. 박한이는 3일까지 타율 3할8리를 기록중이다. 최근 부진이 안타깝다.
류 감독은 "보너스를 받아도 내기에 다 나가게 생겼다"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국내 선수 4명이 모두 내기에서 승리할 시, 류 감독은 2000만원이라는 거금을 지출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들 중 유일하게 내기에서 질 것 같은 이가 있다. 바로 개막전 선발로 기대를 모았던 차우찬이다.
차우찬은 류 감독과 포스트시즌 포함 15승에 500만원을 걸었다. 류 감독은 "처음엔 그냥 15승 하자더니 나중엔 포스트시즌 포함하자고 하더라. 그런데 지금은 내가 돈 받게 생겼다"며 입맛을 다셨다. 차우찬은 올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4승6패 1홀드 평균자책점 6.32에 그쳐있다.
사실 류 감독이 내기를 하는 목적은 '지기 위함'이다. 일종의 동기부여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시즌 초부터 그는 "내기를 한 모든 선수들이 내 돈을 다 따갔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미 선발에서 탈락한 차우찬은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진 상황. 류 감독은 "차우찬에게 돈을 받아야되는데…"라며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이내 "감독이 선수한테 돈 받아낸다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며 "한국시리즈 홀드에 걸든, 승리에 걸든 또다른 내기를 걸어야겠다. 그래야 더 열심히 하지 않을 것 아닌가"고 말했다. 이른바 '퉁' 칠 수 있는 또다른 내기를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유독 기가 죽어 있는 차우찬을 살리기 위한 의도다.
이 말을 취재진에게 전해 들은 차우찬은 "마음은 굴뚝 같아도 내가 먼저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없었다. 감독님께 인사만 하고 도망가고 있었다"며 "이제 경기장에서 열심히 보여드리는 것 밖에 없다"고 했다.
어쨌든 목표 달성에 실패한 차우찬과 류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두고 새로운 내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차우찬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불펜으로 대기하며 깜짝카드 역할을 한 바 있다. 1차전 구원승에 이어 5차전엔 선발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이번엔 류 감독과의 새로운 내기가 차우찬을 살릴 수 있을까.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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