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지났지만, 양영동의 호수비는 여전히 덕아웃의 화제였다.
지난 4일 대구구장. 삼성과 LG는 8회 1점차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었다. 3-4로 뒤진 삼성의 8회말 공격. 2사 만루 찬스에서 배영섭이 우중간으로 타구를 날렸다. 안타성 타구였다.
하지만 LG 중견수 양영동은 몸을 날려 공을 걷어냈다. 그라운드에 바운드가 된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양영동은 글러브를 곧바로 번쩍 들어보이며 아웃임을 증명했다. 그림 같은 플레이에 양팀 덕아웃의 희비는 엇갈렸다.
역전 찬스에서 양영동의 호수비에 막혀 패배한 류중일 감독은 "내가 감독 되고 상대방 선수 칭찬한 건 처음이다. 아마 나 밖에 없을 것 같다"며 웃었다. 류 감독은 전날 경기 후 "상대 양영동 선수의 파인 플레이는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류 감독은 "사실 감독이 상대 선수를 칭찬하는 게 어떨지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정말 잘 잡았다. 이종욱 이용규 정수빈 등 호수비를 많이 하곤 하지만, 어제가 최고였다"며 양영동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난 빠진 줄 알고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내렸다. 영동이는 삼성 출신인데 참…"이라며 입맛을 다시기도 했다.
양영동의 수비로 승리를 지킬 수 있었던 김기태 감독은 어땠을까. 김 감독은 8회초 무사 1루서 나온 양영동의 번트 실패를 먼저 지적했다. 양영동은 보내기 번트를 대기 위해 대타로 투입됐으나 초구에 번트를 실패하고 2구째 번트 타구가 뜨면서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다.
김 감독은 "사실 양영동을 서울로 돌려보낼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호수비가 나오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보내기 번트를 실패해 1점을 날렸지만, 수비로 3점을 막았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취재진과 대화중이던 김 감독의 시야에 양영동이 들어왔다. 김 감독은 양영동에게 "어제 칭찬 받는 게 맞는 것 같냐, 아니면 질책 당하는 게 맞는 것 같냐"고 물었다. 양영동은 망설임 없이 "질책 당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고 크게 답했다.
김 감독은 "보내기 번트는 어떻게 되야 하나?"라고 되물은 뒤 이어 "난 내가 번트안타 사인을 낸 줄 알았다. 서울 올라갈 뻔 했으니 더 열심히 해라. 파이팅!"이라며 양영동을 다독였다.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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