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입고 뛴 게 엊그제 같은데…."
SK 이만수 감독에게 관중은 고마운 존재다. 관중이 있어야 프로야구도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
SK가 창단 처음이자 인천 연고팀으로는 처음으로 100만관중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문학구장 관중은 97만5408명. 9일 넥센전서 100만멸 돌파가 예상된다. 이 감독은 100만 돌파에 격세지감을 느끼며 2007년을 기억했다. "팬티입고 뛴게 엊그제 같은데 그새 100만명의 관중이 찾게 됐네요"라며 국내 프로야구 붐에 다시 한번 놀랐다.
이만수 감독이 미국에서 귀국해 SK의 수석코치를 맡은 2007년만 해도 지금의 야구열기는 상상도 못할 때였다. 당시 문학구장은 2005년 개막전 이후 2년 넘게 매진이 된 적이 없었고, 3만명이 들어올 수 있는 구장엔 평균 5000∼6000명 정도의 관중만 온 것. 이 감독에겐 한국 프로야구의 위기를 느낄만 했다. 자신의 현역시절엔 팬들이 넘쳐났고, 코치시절을 보낸 미국 메이저리그는 평일에도 매진 행렬이 이어졌기 때문.
이 감독은 당시 4월 29일 LG와의 홈경기가 끝난 뒤 "앞으로 홈 10경기 안에 문학구장이 만원이 된다면 속옷을 입고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겠다"고 말했다. 농담성의 발언이었지만 그만큼 팬들이 많이 오시면 좋겠다는 뜻이었다. 그것이 기사화되고 팬들의 관심을 받게되면서 매진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당시엔 '설마'하는 의견도 많았다. 그만큼 관중몰이가 쉽지 않았던 시절.
그러나 결국 5월26일 KIA전서 매진이 됐다.이 감독으로선 처음으로 꽉 찬 문학구장을 보게 된 것. 이 감독은 3만400석이 꽉찬 문학구장을 팬티만 입고 뛰었다. 5회가 끝난 뒤 체크 무늬 속옷과 양말, 운동화 외에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이 감독은 역시 팬티만 입은 SK 남성 팬 20여 명과 함께 '난 네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가수 정수라의 노랫속에 만원 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운동장을 한바퀴 돌았다. 이후 SK는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신기록을 세웠고, 관중은 매년 늘어났다.
이 감독은 "이렇게 야구 인기가 많아진 것은 선수들과 프런트, 관중의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라며 모두의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 100만 돌파 경기 땐 세리머니가 있을까. 이 감독은 그냥 웃었다. 더이상 그런 세리머니로 관중을 불러들이는 게 아닌 멋진 경기로 관중을 끌어모으겠다는 뜻이다.
광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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