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을 넘어서야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
KIA의 지금 처지는 태풍 앞의 촛불과 같다. '4강 복귀'라는 마지막 희망의 불씨를 쥐고는 있는데, 워낙 외풍이 거센 탓에 금세 꺼질 듯 위태롭기만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직까지는 실낱같은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시즌 막판, 이 희망의 끈이라도 없다면 팀은 지금보다 더욱 큰 피로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희망의 불씨'를 다시 활활 키워올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12일 광주 롯데전을 포함해 총 21경기를 남겨둔 KIA의 입장에서는'천적 격파'라는 키워드가 적합할 듯 하다. 당장 이 경기에서부터 '천적'이 등장하는데, 이를 시작으로 남은 일정들 역시 '천적들'이 빼곡하게 늘어선 형국이다. 결국 천적을 물리쳐야 4강 복귀의 불씨가 살아난다.
잘 만났다 고원준, KIA 킬러 1년 만의 해후
12일 광주 KIA전에 선발로 나서는 롯데 선발은 고원준이다. 지난 8월 3일 부산 삼성전 선발로 나와 3이닝 만에 6안타 3실점한 이후 약 40일 만의 1군 경기 선발 등판이다. 그간 2군에서 구위를 조정해왔다.
그런데 이번 상대 KIA는 대표적인 고원준의 '밥'이다. 롯데가 '표적 선발'을 내세운 셈이다. 지난해 고원준은 KIA와의 경기에 6차례 등판해 38이닝 동안 1.66의 뛰어난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4승1세이브를 챙겼다. 4승 가운데 2승이 완봉승일만큼 완벽에 가까운 'KIA 킬러'의 모습이었다.
2위 지키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내심 1위 자리까지 넘보고 있는 롯데로서는 비록 구위가 다소 흔들리더라도 막강한 '천적관계'를 이용해 KIA를 누르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타자의 입장에서는 어느 팀에든 이런 식으로 '유난히 공략이 안 되는' 투수들이 있다. 에이스가 아님에도 이상하리만치 타석에서 해당 투수가 공을 던지면 타자들은 맥을 못춘다. 진정한 '천적'이라 할 수 있다.
KIA 타자들에게는 그 상대가 바로 고원준인 것이다. 이날 고원준이 선발로 나온다는 소식을 들은 KIA 타자들은 대부분 "피곤하게 됐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지난해와 같은 결과가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선수도 있다. 올해의 고원준은 지난해보다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고원준은 올해 KIA전 등판 경험이 없다. 가장 최근 등판은 지난해 8월 24일 부산 경기였다. 당시에는 7이닝 8안타 4실점했으나 타선의 도움으로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만큼의 구위를 보여주지 못하는 만큼 KIA 입장에서는 '천적 격파'의 호기를 맞은 것일 수도 있다.
남은 천적들이 더 문제
고원준을 넘어설 수 있다면 일단 KIA로서는 연패를 탈출하는 동시에 '4강 진입'의 가능성을 또 몇 %정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진짜 '희망 살리기'를 위해서는 이후에도 '천적 격파'의 흐름이 이어져야 한다. 이번에는 특정 선수라기 보다는 천적팀이 그 대상이다.
남은 21경기에서 KIA는 시즌 상대전적에서 크게 밀렸던 팀들과 경기를 많이 남겨두고 있다. 올해 3승9패1무로 가장 고전했던 1위 삼성과는 무려 6경기가 남았다. 4승9패로 역시 크게 뒤졌던 롯데와도 마찬가지로 6경기다. 이번 3연전 이후 9월 30일~10월 2일까지 군산에서 맞붙는다. 또한 시즌 상대전적 5승9패1무로 열세를 면치 못했던 SK와도 4경기를 해야 한다.
상대전적에서 3할대 승률을 거두고 있는 세 팀과의 경기가 무려 16경기나 되는 것이다. 잔여경기의 76%가 '천적 매치'인 셈이다. 사실상의 승부는 여기서 갈린다. 단순히 한 명의 천적 투수를 이기는 것보다는 이들 천적팀을 꺾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전력이나 누적된 승패 데이터는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없다. 가장 최선의 결과는 이들 '천적팀'과의 매치에서 최소한 5할 승률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남은 경기에서의 상대 승률이 5할 밑으로 떨어진다면, 그 순간이 바로 KIA의 '4강 복귀' 불꽃이 꺼지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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