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를 강팀이라고 할 수 있을까.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으니 분명 한국 프로야구의 강자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승 다음해인 2010년 5위로 마감하더니, 지난해에는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런데 올시즌 다시 제대로 힘 한 번 못 써보고 다시 추락이다. 20경기를 남겨놓고 있는 9월 12일 현재 4위 두산과의 격차가 6게임 차로 크게 벌어졌다. 돌발변수가 없는 한 4강 진입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할 것 같다. 최근 몇 년 간 들쭉날짝한 성적을 보면, KIA가 리그를 리드하는 강팀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지난 LG와의 3연전 전패의 충격이 컸다. 더구나 3연전의 앞선 두 경기는 연장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맞고 무너졌다. 무엇보다 야수들의 스마트한 플레이가 아쉬웠다.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KIA는 모래성처럼 허약했다.
KIA는 올시즌 선동열 감독을 영입해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선 감독은 삼성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나름대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삼성을 두 차례나 우승으로 이끌었으니 좋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그러나 지도자의 능력은 팀 전력을 놓고 엄격하게 따져봐야 한다. 삼성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처럼 프로야구 8개 구단 중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늘 최상의 전력을 유지하는 팀이다. 선수단 지원도 리그 최고다.
"삼성이 우승을 못 하면 그게 이상한 거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올해 KIA는 타선의 핵인 김상현과 이범호 최희섭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세 선수 모두 크고 작은 부상에 발목이 잡혀 실망을 안겼다. 김상현이 19경기, 이범호가 42경기 출전하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올해 초 선수단 무단 이탈 파문을 일으켰던 최희섭은 80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들 모두 언제 1군에 복귀할 지 기약할 수 없다.
선 감독은 "올해 세 명을 동시에 활용한 경우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고 푸념을 했다. 1군에서 빠져 치루 수술을 놓고 고민 중인 최희섭에 대해서는 "가지가지 한다"며 실망감을 가감없이 나타냈다.
그러나 이쯤에서 생각을 해보자. 명장의 조건은 무언인가를. 뛰어난 지도자는 어려울 때 능력을 발휘한다. 힘든 순간 역량을 발휘해 납득할만한 수준의 결과를 만들어 내야 뛰어난 지도자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선수층이 두텁고 지원이 충분한 팀이라면 웬만한 지도자는 성적을 낼 수가 있다고 봐야 한다.
선 감독이 한 번도 같은 시기에 가동할 수 없었던 중심타자 3명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는데, 결국 이 또한 감독의 책임이다. 모든 결과는 변명의 여지없이 사령탑의 책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선 감독으로선 다소 억울해할 수도 있겠지만.
지도자는 늘 차선, B플랜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있는 자원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말은 프로에서 통하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선 감독이 지도자로서 시험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KIA는 12일 롯데전에서 선발 서재응의 7이닝 무실점 호투 속에 8회까지 1-0으로 앞서 갔다. 하지만 9회초 한 회를 버티지 못하고 3실점,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오늘 경기가 KIA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겁니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한 야구인의 이 말 속에 많은 게 담겨 있다.
광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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