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감독님, 왜 WBC 감독을 안하려고 하시는겁니까."
며칠 전 대구의 한 사우나를 찾은 삼성 류중일 감독. 류 감독은 한 중년 신사에게 정중한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내용인 즉슨 "류 감독님. 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직을 안맡으려고 하시는겁니까"였다. 류 감독은 한참이나 중년 신사에게 사정을 설명한 뒤 오해를 풀었다고 한다.
류 감독은 최근 내년 3월 열릴 제3회 WBC 감독직에 대한 여론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현역 감독보다는 전임 감독제로 하는 게 좋다'는 8개 구단 감독들의 의견을 대신해 전달한 것 뿐인데 마치 류 감독이 'WBC 감독직을 맡고 싶지 않다'는 뉘앙스로 잘못 비춰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막강한 전력으로 우승을 차지했고, 올시즌에도 정규시즌 1위가 유력한 상황에서 감독직에 대한 관심이 특히 류 감독에게 쏠린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또, 지난해 아시아시리즈 우승 후 "국가대표팀 감독직도 맡고 싶다"고 말한 류 감독이 이제와서 다른 말을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류 감독은 "매국노라는 소리까지 들었다"며 억울해했다. 류 감독은 "나는 감독직을 맡지 않겠다고 한 적이 없다. 정해진 것이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번 WBC 감독은 올시즌 우승팀 사령탑이 맡기로 잠정 합의 된 상태다. 류 감독은 "누가 우승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즉,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누구도 WBC 감독직에 대해 쉽게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류 감독은 "만약 우리가 우승을 차지한다면 당연히 국가의 부름에 응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렇다고 벌써부터 WBC에 대한 얘기를 하기도 그렇다. "벌써 자기팀이 우승하는 것으로 아는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참 난처하다. 류 감독은 "WBC 감독에 대한 얘기는 감독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아예 꺼내지 않는게 나을 것 같다"며 답답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전임 감독제 얘기가 불쑥 튀어나온 배경도 설명했다. 류 감독은 "다른 감독님들과도 전임 감독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감독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회를 준비하기 보다는 전임 감독님이 차분하게 대회를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겠다는 하나의 안을 제시한 정도였다"라고 강조했다.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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