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타자로서 스케치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지난 9일 두산은 대구에서 삼성전이 예정돼 있었지만, 우천으로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전 훈련은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당시 두산 김승영 사장은 덕아웃을 찾아 김진욱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4번타자 윤석민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사장이 "우리 석민이가 이제좀 4번타자로 그림이 그려지십니까"라고 묻자 김 감독은 "좋아지고 있습니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산이 올시즌 중심타선이 상대적으로 약해져 시즌 내내 공격에서 고전했음을 감안하면 후반기 들어 윤석민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김동주가 부상 때문에 2군으로 내려간 뒤 좀처럼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해 1군 복귀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민의 활약은 더욱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윤석민은 16일 잠실 LG전에서 3-2로 앞서 3회말 좌월 투런홈런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두산쪽으로 끌어왔다. 지난 12일 목동 넥센전 이후 4일만에 쏘아올린 대포로 이달 들어 3번째 터뜨린 홈런이었다. 또 시즌 9호 홈런으로 생애 첫 두자릿수 홈런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올시즌 10홈런 이상 타자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았던 두산은 윤석민의 맹타에 고무된 모습이다. 물론 윤석민에 대한 기대는 정규시즌 보다는 포스트시즌에 쏠려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김동주가 돌아온다 하더라도 4번자리는 윤석민이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0경기에서 48안타를 치며 가능성을 보였던 윤석민이 올시즌 붙박이 중심타자로 성장했다는 의미가 된다. 윤석민은 지난달초 김동주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4번자리를 꿰찼다. 올해 4번타순에서 타율 2할7푼8리(115타수 32안타)에 4홈런 18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9월 들어 페이스가 좋다. 이날 LG전까지 9월 11경기에서 타율 3할7푼2리(43타수 16안타)에 3홈런 8타점을 몰아쳤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포스트시즌서도 활약이 기대된다. 득점권에서는 타율 3할3푼3리에 2홈런, 31타점을 기록하며 중심타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제 김 감독도 윤석민에 대한 신뢰도를 조금씩 높여가고 있다. 시즌초 "재능은 있지만 아직 멀었다"에서 지금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로 평가 내용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윤석민의 재능이란 바로 컨택트 능력. 직구를 노리고 있다가도 변화구가 들어올 때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여기에 손목힘이 좋고 배트에 파워를 싣는 능력이 탁월하다. 4번타자로는 키(1m80)가 작은 편이지만, 탄탄한 체구에서 뿜어내는 타구는 질 자체가 다른 타자와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윤석민은 지난 2004년 구리인창고를 졸업하고 2차 3라운드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했다. 1군 기회를 얻지 못하고 주로 2군에서 활약하다 2008년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해 군복무를 마친 윤석민은 지난해부터 향상된 기량을 뽐내고 있다. 김 감독이 인창고 사령탑을 맡고 있을 때부터 윤석민은 잠재력을 보였다는 것이다.
윤석민은 4번타자의 부담감에 대해 "처음에는 많이 부담이 됐는데 지금은 즐기면서 치려 하고 있다. 마음이 편안하다"며 분위기 적응을 마쳤음을 내비쳤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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