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우습죠. 어떻게 보면 이게 프로야구의 현실이죠."
KIA 선동열 감독은 넥센 김시진 감독의 경질에 대해 묻자 이런 대답을 내놨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감독 목숨은 정말…"이라며 "김 감독 뿐만 아니라 프로야구판 모든 감독들이 위태롭다"고 했다. 다른 감독들도 마찬가지였다. 타구단 일이기에 말을 아꼈지만, 모두 '남의 일'로 볼 수 없었기에 그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프로야구 감독이 '파리 목숨'이 됐다. 현재 8개 구단 감독들을 보자. 2010년과 같은 곳에서 그대로 지휘봉을 잡고 있는 이는 없다. 불과 두 시즌이 지나기 전인데 모두 물갈이됐다. 게다가 8명 중 7명이나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낙마'했다.
8명 중 계약기간을 모두 채우고 물러난 이는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 뿐이다. 롯데는 2010시즌으로 계약기간이 만료된 로이스터 감독 대신 양승호 감독을 새 사탑에 앉혔다.
물론 자진사퇴도 있었다. 지난해 시즌 중반 김경문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두산 사령탑에서 물러났고, 선동열 감독 역시 지난 2010년 말 갑작스레 류중일 코치에게 자리를 넘기고 2선으로 물러났다.
재임 기간 SK를 세 차례 우승, 한 차례 준우승으로 이끈 김성근 감독은 잘린 케이스다. 김 감독은 재계약에 있어 구단과 마찰을 빚고 "올시즌 뒤 감독을 그만두겠다"고 했다가 다음 날 해임됐다.
자진사퇴로 포장된 사실상의 해고도 있었다. 박종훈 감독은 지난 2009년 말 LG로부터 '리빌딩'을 주문받고 5년의 장기계약을 했지만, 감독 2년차였던 지난해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 리빌딩을 한다는 팀이 성적 부진으로 감독이 자진사퇴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였다.
최근 한화와 넥센의 차기 감독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조범현 감독은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KIA와 3년 계약을 맺었지만, 계약기간을 1년 남기고 중도 하차했다. 지난해 마무리훈련을 준비하다 갑작스레 경질 통보를 받은 것. 당시 구단 실무진이 아닌, 그룹 고위층에서 감독 교체를 준비했다는 말이 있었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고 자진사퇴가 발표됐지만, 씁쓸했던 감독 교체 과정이었다.
지난달 퇴진한 한대화 감독 역시 한화 측의 발표 그대로 자진사퇴로 믿는 이는 없다. 구단은 스스로 자신들이 공언한 "시즌 중 교체는 없다"는 방침을 뒤엎었다.
'계약 해지'로 발표된 넥센이 오히려 정직해 보일 정도다. 구단 측은 "전체적인 팀 체질 개선이 필요했다. 새로운 5년을 준비하기 위함이다"라고 김 감독의 경질 사유를 밝혔다.
프로야구 감독은 대한민국에 9명 밖에 없다.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은퇴 후 지도자가 될 모든 야구인들이 원하는 자리다. 하지만 김시진 감독 해고를 바라보는 현역 감독들조차 "감독 목숨은 파리 목숨"이란 말을 한다.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는 감독이라면 당연히 겪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성적만 신경 써서는 안된다. 구단 고위층과의 관계, 재계약 여부 등에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감독은 구단과의 관계에 있어 철저히 '을'의 지위에 놓여있다. 어쨌든 임기와 연봉이 정해진 감독을 고용하는 건 구단의 몫이다. 성적이 좋을 땐 감독이 잠시나마 '갑'의 입장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이 순간은 영원할 수 없다. 좋은 성적이라는 변명거리가 사라진 감독에게 구단은 다시 '절대 갑'이 된다.
김 감독은 계약기간 마지막 해였던 지난해 3월, 구단이 일찌감치 3년 재계약을 보장해주자 구단에 대한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그간 지원이 열악한 구단 측과 대립각을 세워왔지만, 갑작스레 노선을 바꾼 것이다. 구단 안팎에서 '변했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2012년 9월17일 해고됐다. 새로운 계약기간을 채 1년도 채우지 못했다. 김 감독의 해고를 바라보는 나머지 8개 구단 감독들의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졌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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